사람들이 만나는 곳, 핀란드 국민 도서관 오디 Oodi

“이 곳은 자유와 공평을 위한 공간이어야 한다.” 핀란드 독립 100주년이 되는 2017년을 기념하기 위한 대형 공공건축디자인 공모전의 핵심 요구사항은 간단명료한 듯 하면서도 추상적이었다. 이 요구사항을 어떻게 건축디자인적으로 ‘번역’할 것인가가 관건이었다. 2012년도에 개최된 이 국제 공모전은 투명성과 공정성을 위해 모든 제안서를 익명으로 제출하도록 했다. 전 세계 544개의 출품 제안서 중 당선작은 헬싱키에 소재한 신생 디자인 스튜디오 ALA 건축디자인사무소였다. 출품작의 제목은 “Translation”, 즉 “번역”, 또는 “해석”이라 할 수 있겠다. 2015년 9월부터 시작된 건설은 2018년 12월 4일에 완공되어 독립기념일 하루 전인 12월 5일 전세계 언론과 시민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개관했다. 헬싱키 시내 문화예술구역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된 오디의 외부 전경 / 사진 : Tuomas Uusheimo 3개 층, 약 5,200평 규모의 이 건축물은 ‘국민 서재’에서 ‘국민 거실’로 정체성을 새로이 규정한 헬싱키시립중앙도서관 오디 Oodi이다. 1층에는 다목적 홀, 거대한 공용 로비와 영화관, 특별 행사장, 카페테리아와 같이 단기적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활동들을 위한 공간을 배치했다. 음악 녹음실, 디자인, 게임룸과 같은 창작활동 공간 및 사용자들 간의 협업 또는 가족을 위한 공간, 회의실과 컨퍼런스 홀, 메이커 스페이스는 2층에 마련했다. 10만 여권의 도서가 비치된 개방형 서가와 독서 공간은 꼭대기 층인 3층에 두어 파도가 이는 듯한 곡선의 높은 천장아래서 상상력과 집중력을 펼치며 편안한 독서를 가능하게 했다. 이러한 공간 구성과 새로운 서비스 덕분에 헬싱키시립중앙도서관에는 ‘도서관 서비스의 선구자’라는 부제가 따른다. 일반적인 도서관 업무 이외에 쿠킹 스튜디오, 3D프린터, 다양한 종류의 봉재기계, 컴퓨터, 복사기, 컨러펀스홀, 영화관, 공연시설 등 시민들이 즐기고 필요로하는 다양한 시설들이 마련되었다. 전체 건물 면적의 1/3만이 서가용으로 사용되고 나머지는 시민들을 위해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이용된다. 물리적으로는 10만여권의 도서가 상시 비치되어 있으나 Helmet이라는 헬싱키 수도권 도서관 네트워크의 온라인 시스템을 통해 시민들은 340만권의 도서를 자유롭게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오디를 디자인한 ALA 건축디자인 사무소의 파트너 디자이너인 유호 그랜홈은 건축물을 하나의 독립적인 오브제라기보다 다양한 요소들이 상호작용을 하면서 사람들과 공존하고 서로 영향력을 끼치는 유기적으로 복합적인 공간으로 바라본다. 따라서 현재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미래에 당면하게 될 새로운 도전과 잠재적 필요를 고려하여 공간이 유연하게 미래의 문제점에 대응할 수 있도록 디자인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에게 오디 프로젝트는 사람과 책을 잇는 공간이자 책이라는 한 가지 아이템을 뛰어넘는 미래의 새로운 필요가 언제든지 물리적으로 충족될 수 있는 유연한 공간이어야 했다. 지금으로부터 50년 후에 오늘날과 같은 종이책이 셍존할지 아무도 모르는 상태에서 수 백년을 영속해야할 도서관 건물을 디자인해야 했다. 도서관을 책을 보관하는 서가로 생각한다면 도서관의 미래가 불확실해지나 도서관을 사람들이 만나 상호작용하며 정보를 획득하고 공유함으로써 새로운 콘텐츠가 창조되는 공간으로 본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언제든지 물리적으로 충족될 수 있는 유연한 공간이어야 했다. 지금으로부터 50년 후에 오늘날과 같은 종이책이 셍존할지 아무도 모르는 상태에서 수 백년을 영속해야할 도서관 건물을 디자인해야 했다. 도서관을 책을 보관하는 서가로 생각한다면 도서관의 미래가 불확실해지나 도서관을 사람들이 만나 상호작용하며 정보를 획득하고 공유함으로써 새로운 콘텐츠가 창조되는 공간으로 본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오디 3층 독서실 / 사진: Tuomas Uusheimo 핀란드 중앙정부와 헬싱키시가 독립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핀란드에서 가장 큰 도서관을 시내 가장 비싼 부지에 건축하기로 한 것은 다음 100년을 위한 과감한 선택이자 투자였다. 지식기반 경제로 전환함과 동시에 인간이 보다 인간적일 수 있고 사회가 보다 평등하고 개방적임과 동시에 인권과 민주주의가 지켜지기 위해 가정과 학교 다음으로 중요한 인프라가 도서관일 것이다. 도서관은 자유롭고 자발적인 평생학습 시설이자 지역사회의 핵심적인 커뮤니티 시설로 기능한다. 그 누구도 출석을 요구하거나 참석 의무를 지우지 않지만 독서를 하고 사람을 만나고, 강좌를 수강하며 문화생활을 누리기 위해 스스로 도서관을 찾아가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핀란드는 1928년 (러시아로부터 독립한지 11년이 되던 해) 첫 <도서관에 관한 법률>을 통과시킨 이래 꾸준히 법령을 개정하면서 도서관 활용이 국민들의 교육수준과 의식 향상, 민주주의와 인권 발전에 핵심적인 공공도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왔다. 즉, 지난 94년 동안 공공도서관이라는 시민사회의 핵심 인프라를 통해 꾸준히 도서관 서비스를 개발해왔으며 2017년 최신 법개정은 4차산업 혁명과 공유경제의 트렌드를 반영하여 ‘국민 서재’라는 기본적인 역할에서 더 나아가 ‘국민 거실’로서 보다 혁신적인 공간과 서비스를 시민사회에 제공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오디는 이런 2017년 법령을 반영하여 뮤직 스튜디오, 쿠킹 스튜디오, 3D 프린터와 컴퓨터, 봉재장비, 극장, 공연장, 게임룸, 시민에게 개방되는 회의실, 카페테리아 등의 시설을 갖추었으며 도서뿐 아니라 스포츠 장비, 공구, 저녁식사 서비스와 같은 새로운 ‘대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핀란드의 <도서관법>은 2017년 법개정을 통해 공립 공공도서관에 다음과 같은 법적 의무를 부여했다.(1) 모든 시민들이 교육과 문화에 평등한 접근 기회를 누리도록 지원한다.(2) 정보를 제공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3) 독서 문화와 다양한 지식에 관한 습득능력을 증진한다.(4) 평생학습과 능력계발의 기회를 제공한다.(5) 적극적 시민의식, 민주주의, 표현의 자유를 증진한다.(6) 이러한 목적들은 공동체 의식, 다원주의 (pluralism), 그리고 문화적 다양성에 기반하여 구현되도록 한다. 오디 3층 독서실 / 사진: Tuomas Uusheimo 핀란드 도서관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핵심 단어가 뚜렷하다. 평등한 기회, 독해능력, 평생학습, 적극적 시민의식, 민주주의, 표현의 자유, 공동체 의식, 그리고 다양성이다. 핀란드 지방정부는 주요 공립 공공 도서관에 관한 의사 결정 과정에서 반드시 시민들의 의견을 청취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를 통해 민주주의를 실천함과 동시에 시민들이 정부 행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오디는 오랜 기간에 걸쳐 시민들과 함께 디자인되었다. 2,000 여가지 이상의 사용자 의견을 수집하여 건축디자인 공모전의 기준을 마련했다. 계획단계에서부터 시민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함으로써 오디는 성공적인 ‘서비스 디자인 씽킹’의 대표적 사례가 되었다.​9,800만 유로 (약 1300억원) 규모라는 핀란드 정부 재정에서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오디 건축 프로젝트는 미래 도서관의 가장 좋은 예시라는 국제적인 명성을 얻으며 1인당 독서량이 가장 높고, 문맹룰은 가장 낮은 교육, 문화 강국 핀란드의 국격을 한 층 더 높이며 국가브랜딩 강화에 큰 공헌을 했다. 2017년 기준으로 핀란드 정부는 공공도서관 서비스를 위해 국민 1인당 약 65달러 (약 78,000원) 를 지출했다. 39달러를 지출한 미국 정부에 비해 인구와 정부 재정규모 면에서 비교가 않될만큼 작은 핀란드가 거의 두배에 가까운 예산을 시민들을 위한 공공도서관에 투자한 것이다. 이러한 눈에 보이지 않는 지식자본에 대한 투자 덕분에 핀란드 시민사회와 민주주의의 발전에 있어서 공공도서관은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다. 핀란드 국민들은 세계에서 도서관을 가장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550만 인구가 1년에 6,800만권의 도서를 대출하니 1인당 연간 12권 이상의 도서, 글을 읽지 못하는 연령의 인구를 제외한다면 그보다 더 많은 도서를 공공도서관을 통해 대출하고 있는 셈이다.​2018년 당시 헬싱키 시장은 “도서관 서비스는 사람에 대한 투자다. 시민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우리는 지식, 아이디어, 그리고 문화가 경제적 자산이 되는 미래사회를 준비하는 것이다.” 고 도서관 서비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람들이 모이는 곳,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문화생활을 적극적으로 누리는 곳, 이러한 상호작용이 새로운 창조와 혁신, 그리고 보다 개선된 민주주의와 인권으로 연결될 수 있는 곳, 바로 미래의 도서관이다. 오디 도서관 가족 독서공간 / 사진 : Tuomas Uusheimo 본 글을 Seoul Property Insight에 기고되었던 글입니다. 원문은 링크 참조.https://seoulpi.io/article/75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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