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티지 세라믹 마니아들은 핀란드의 아라비아 ARABIA 콜렉션을 여러 개 소장하고 있을 것이다. 헬싱키를 여행하는 관광객들이 바쁜 일정을 쪼개서라도 꼭 찾아가는 곳이 Hämeentie 135 A 주소의 아라비아팩토리인데 과거에는 1층에 이딸라, 아라비아 제품의 아웃렛 매장이었고 지금은 이딸라, 아라비아, 피스카스 제품을 판매하는 플래그쉽 스토어가 자리한 곳이다. 세라믹이야 인류와 함께 공존해온 생활 속 소재이지만, ‘산업’으로서의 세라믹에 한정하여 이야기를 한다면 아라비아의 역사가 곧 핀란드 세라믹 아트와 디자인의 역사다. 원래 아라비아 공장은 1726년 설립된 스웨덴의 로스트란드 Rosrstrand 세라믹 공장의 자회사로 탄생되었다. 비록 스웨덴-러시아 전쟁의 패배로 핀란드를 러시아에게 잃었지만 당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러시아는 스웨덴 경제에 중요한 시장이었다. 당시 러시아의 자치공국 지위에 있던 핀란드에 공장을 설립하면 관세특혜를 누리며 러시아에 제품을 판매할 수 있었다. 따라서 로스트란드는 러시아제정 상원의회로부터 공장설립 허가를 받아 1874년 헬싱키 북쪽 해안가에 공장을 짓고 그해 10월부터 제품 생산을 시작했다. 당시 공장 일대에 있었던 아라비아 빌라 Arabia Villa의 이름을 따 공장 이름을 아라비아 팩토리로 불렀다고 한다. 아라비아 공장은 1884년 로스트란드가 90%의 주식을 소유하는 주식회사로 독립하게 되는데 1916년에는 대부분의 주식이 핀란드인 소유로 바뀌게 된다. 1924년부터 주인이 여러 번 교체되던 아라비아는 2007년 피스카스 그룹 Fiskars Group의 소유 하로 들어가는데 현재까지도 피스카스의 주요 브랜드 포트폴리오 중 하나로 남아있다. 아라비아팩토리 아라비아 디자인 뮤지엄 /사진제공: 피스카스그룹 아라비아 세라믹 공장은 1900년대 초중반까지 당시 유럽 전체에서 가장 현대적인 제조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1929년 아라비아는 생산성 향상과 제품의 다각화를 위해 터널타입의 산업용 가마 (Kiln)를 도입했는데 당시 112미터에 달했던 터널 가마는 세계 최대 규모였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아라비아는 이미 30개국 이상으로 수출을 하는 유럽 최대의 세라믹 공장으로서 2,000여명의 직원을 고용하는 거대기업이었다.아라비아는 초기부터 세라믹 아티스트들과의 협력을 중요시 여겼기 때문에 핀란드 세라믹 아트의 발전과 맥을 같이 할 뿐 아니라, 이러한 협력이 아라비아의 가장 큰 자산이 되었다. 1929년부터 아라비아는 서민들이 접할 수 있는 가격의 핸드페인트 세라믹 아트를 만들기 위해 “More Beautiful Every Day” 라는 팀을 만들어 단순한 기능성 식기가 아니라 ‘일상에 아름다움을 주는 디자인’을 추구했다. 이후 아라비아는 1932년 예술 부서 Art Department를 신설해 실력있는 아티스트와 디자이너들을 고용하기 시작하는데, 이러한 노력의 결실로 아라비아 뿐 아니라 핀란드 세라믹 디자인과 예술이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된다. 1948년에 이미 아라비아 브랜드 이름으로 자체 미술박물관을 보유할 정도로 아라비아의 예술을 향한 의지는 확고했다.헬싱키 시내에서 트램 6번을 타고 아라비아란타에 내려 아라비아 팩토리를 향해 걸어다다보면 높은 굴뚝이 하늘로 솟아오른 산업시설로 보이는 건물을 만나게 된다. 벽에 ARABIA라고 써있기에 금새 아라비아팩토리인 것을 알 수 있다. 9층짜리 이 건물은 1874년에 건립된 첫 공장 옆에 부속건물로 1948년 완공되었다. 2차대전 중에도 공장을 확장하던 아라비아는 1941년 이 확장 건축계획에 아라비아 예술부서의 ‘작품’들을 전시할 미술박물관 설립을 포함시켰다. 1948년 5월22일 9층에 개관한 박물관은 지금도 아라비아 디자인뮤지엄 Design Museum ARABIA이라는 이름으로 아라비아팩토리 건물에 위치하고 있다. 아라비아와 핀란드 대표 글라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이딸라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전시가 되어있다.뮤지엄으로 들어가려면 먼저 디자인랩갤러리 Design Lab Gallery를 지나가야 하는데 이 곳은 이딸라, 아라비아에서 큐레이션하는 전시와 행사가 개최되는 공간이다. 갤러리 옆에는 아라비아에서 지원하는 9명의 핀란드 유명 세라믹아티스트들의 스튜디오가 나란히 자리한 아라비아 예술부서 학회 Arabia Art Department Society가 있다. 운이 좋으면 작품 하나에 억대를 호가하는 킴 시몬슨 Kim Simonsson 이나 페카 파이카리 Pekka Paikari와 같은 유명 작가들을 이 곳에서 만날 수 있다. 아라비아팩토리 아라비아 디자인 뮤지엄 지금은 아라비아나 이딸라의 제품들이 디자이너의 이름을 붙이며 제품 라인 브랜딩을 하고 있지만 알바 알토와 함께 핀란드 현대산업디자인을 대표하는 카이 프랑크 Kaj Franck가 아라비아의 예술 디렉터로 있던 1945년부터 73년 사이에는 상황이 달랐다. 당시에도 핀란드에서 소위 ‘잘나가는’ 세라믹 아티스트와 디자이너들은 아라비아에서 일했지만 카이 프랑크는 소비재로 대량생산되는 테이블웨어는 디자인-제품기획-생산라인이 함께 만들어내는 팀워크의 결과이므로 디자이너의 이름을 앞세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또한 카이 프랑크는 2차세계대전 이후 전후 복구와 서민 생활 안정화를 위해 아라비아가 기여할 방식을 고민했다. 그는 대량생산을 통해 신속히 생필품을 공급하되 일상의 아름다움을 함께 전할 수 있는 방법으로 테이블웨어에 핸드페인트나 음각,양각등의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장식을 더하기보다는 단순한 디자인에 색감으로 장식적 효과를 주는 유약 (glaze)기법을 개발했다. 그의 철학은 아라비아의 베스트셀러 테이블웨어 라인인 떼마 Teema를 탄생시켰으며 이러한 색을 통한 디자인은 지금까지 아라비아의 디자인 유산으로 남아있다. Arabia DesignCentre Helsinki 2021 Alfredo Haberli exhibition / Photo : 피스카스그룹 본 글은 Seoul Property Insight에 기고되었던 글입니다. 원문은 링크 참조. https://seoulpi.io/article/1069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