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독일 ISH 디자인플러스 어워드 Design Plus Award 수상명단에 흥미로운 제품이 언급되었다. 세계 최초 목재소재 변기(toilet)와 이 혁신적인 제품을 시장에 출시한 핀란드의 친환경 욕실제품 제조사 우디오 Woodio가 그 주인공이다. 우디오는 이보다 앞선 2021년에는 저명한 German Design Award를 수상했으며 2020년에는 핀란드 Fennia Prize를, 2019년에는 핀란드 Design Deed of the Year로 선정되는 등 다수의 디자인 상을 휩쓸었다. Photo from Woodio Oy 세계최초 개발, 상용화한 우드칩(wood chips) 우디오가 세계최초로 개발, 상용화한 우드칩(wood chips) 70%와 특수 레진 30%가 합성된 목재기반 신소재 (bio-based new material)는 기존의 세라믹 소재를 대체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혁신 소재로 업계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있다. 목재 소재이기 때문에 세라믹 변기와 달리 앉았을 때 차가움이 느껴지지 않는다. 100% 방수기능은 물론이고 오염방지 코팅이 되어 관리도 용이하다. 뛰어난 내구성과 우드칩 특유의 경량성은 세라믹 대체소재로서 강력한 경쟁력을 갖는다. 무엇보다 세계적인 주목을 끌고 있는 이유는 세라믹 소재 욕실제품 제조과정보다 현격하게 적은 에너지와 물을 사용하는 높은 환경친화성이다. 세라믹은 아름다운 형태와 색으로 우리의 일상과 친근한 소재다.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단점은 제조 과정에서 다량의 이산화탄소와 미세먼지를 발생시키고 많은 양의 물을 사용할 뿐 아니라 오염수를 배출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세라믹 또는 석재 욕실 위생 제품을 대체할 만한 다른 소재가 마땅히 없었다. 우디오가 2019년 첫번째 상업용 우드칩 기반 욕실 제품을 시장에 촐시함으로써 욕실제품 시장은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다음 해인 2020년 우디오는 헬싱키에 새로 문을 연 발로 호텔 Valo Hotel에 약 400개의 맞춤제작 세면대를 공급했다. 기존의 세라믹 세면대보다 80% 가량 적은 탄소발자국을 갖는 우드칩 기반 세면대가 현실화 된 것이다. Photo from Woodio Oy 와인파티에서 시작된 혁신 우디오의 탄생은 헬싱키 대학 화학과의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두 연구원이 레드 와인을 마시면서 시작되었다. 당시 대학에서 우드칩을 연구 중이던 페트로 라흐티넨 Petro Lahtinen과 생분해 플라스틱(biodegradable plastic)을 연구하던 안티 패르씨넨 Antti Pärssinen이 “이 두 가지 재료를 섞으면 어떤 반응이 일어날까?” 라며 커피 잔에 우드칩과 생분해 플라스틱 성분을 혼합해보았다. 이 호기심은 유럽연합으로부터 100억원 상당의 연구비를 지원받는 본격적인 연구과제로 발전했다. 두 연구원은 내열성(heat0resistant)과 100% 방수기능을 갖는 바이오복합물질 (bio-composite)을 연구하기 시작했고 이후 2016년 대학 스핀오프(spin-off) 스타트업 창업으로 이어졌다. Photo from Woodio Oy 에너지 사용 절감 창립 3년만에 신소재 개발과 상용화에 성공한 우디오는 Woodio® 라는 소재로 특허출원을 한 후 세면대, 욕조, 변기, 테이블 상판과 월패널(wall panel)까지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욕실제품 시장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세라믹 소재와 달리 극고온 연소과정이 필요없기 때문에 우디오 우드칩 기반 제품 생산에 소요되는 에너지는 매우 적다. 우드칩 염색 단계 이외에는 제조 과정에서 물을 사용할 필요도 없기 때문에 다량의 물사용으로 인한 환경이슈와 수질오염의 우려도 없다. 염색에 사용되는 소량의 물은 하수로 배출되지 않는다. Photo from Woodio Oy 숲의 부산물이 주원료 주원료인 우드칩은 핀란드 숲에서 자라는 포플러나무 또는 자작나무에서 얻어지는데, 임업산업의 제조과정에서 발생되는 부산물을 사용한다. 또한 우디오는 FSC/PEFC 인증을 득한 숲에서 자란 나무의 우드칩만 사용하기에 원료 공급단계에서 숲생태계에 위험을 주지 않는다. 우디오 신소재는 무게도 경량이어서 제품의 유통 물류단계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도 현격히 줄어든다. 소재의 특성상 주물과 압착 과정을 거치면 어떤 형태로도 성형이 가능하기에 보다 유연한 디자인이 가능하다. 제품 수명이 다 한 후에는 가연성 폐기물로 분리배출하거나 분쇄 과정을 거처 시멘트 생산 원료로 재활용할 수 있다. 유니크한 색감과 질감, 그리고 우디오의 지속가능성 측면의 가치 (sustainability value)를 높이 평가하는 클라이언트가 늘어나면서 더 많은 호텔, 레스토랑, 기업, 개인 주택의 욕실에 우디오가 적용되고 있다. Photo from Woodio Oy 핀란드 유니콘 스타트업의 도전 대체 신소재로서 우디오의 이러한 경쟁력은 투자자들의 러브콜을 받기에 충분했다. 2019년 핀란드 매체 그룹(Metsä Group) 산하 VC인 매체 스프링(Metsä Spring)은 첫 포트폴리오로 우디오를 선택했다. 매체 스프링은 모기업의 특성상 목재 또는 목재 부산물 소재에 기반한 혁신 기술 및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주로 투자한다. 특히 일상 생활 용품에 주로 사용되는 화석기반 소재와 화학물질을 대체할 수 있는 신소재에 집중하고 있다. 더욱이 우디오가 매체그룹의 목재가공 공장에서 부산물로 나오는 폐우드칩을 원자재로 사용하기 때문에 매체 그룹으로서는 자연스러운 전략적 투자였다. 2021년에는 유럽혁신위원회 (European Innovation Council)의 투자를 유치해 생산시설 자동화를 추진했다. 2023년 6월에는 230억원에 달하는 투자 유치에 성공함으로써 우디오는 다시 한번 그 성장가능성을 입증했다. Photo from Woodio Oy 핀란드의 강점: 에코시스템 협력 우디오의 성공은 혁신적인 신소재 개발과 빠른 상용화, 연이은 투자유치에만 있지 않았다. 핀란드의 한 대학 스핀오프 스타트업의 성공비결에는 대학-기업-정부-유럽연합 차원의 ‘에코시스템 협력’이라는 중요한 기제가 있다. 단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스타트업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예를들어 우디오는 2022년 ExpandFibre Ecosystem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이 프로그램은 핀란드 국영 에너지 기업인 포르툼 Forum, 매체그룹 Metsä Group, 핀란드 정부가 공동으로 약 730억원 규모의 기금을 마련해 환경친화적인 바이오 신소재 개발을 지원한다. 특히 북유럽 자생 나무와 밀짚(straw)에서 추출되는 펄프섬유, 헤미셀루로스, 리그닌(lignin)을 연구하여 바이오 신소재를 개발하는데 목표를 두고있다. 우디오는 ExpandFibre Ecosystem 프로그램 내의 한 연구개발 프로젝트인 FurBio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데 FurBio 프로젝트는 환경 친화적인 물질인 퍼류랄(furfural)을 활용해 기존의 화석기반 레진을 대체할 수 있는 바이오기반 레진 물질을 연구하고 있다. 이 연구의 결과물은 보트, 비행기, 자동차 등 다양한 산업에서 사용하는 코팅 및 접착 솔루션으로 활용될 수 있다. 우디오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레진은 화석기반 레진과 바이오기반 레진이 혼합되어 있다. 기업의 지속가능성 목표 달성을 위해 보다 자연친화적인 레진 물질이 필요한 우디오는 이러한 에코시스템내 다양한 플레이어들과 협력함으로써 효율적인 혁신을 이루고자 한다. Photo from Woodio Oy 탄소중립화를 위한 대체 신소재 우디오는 2025년까지 탄소중립화 달성을 목표로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3단계의 전환이 필요하다. 첫째, 현재의 화석기반+바이오기반 레진 성분을 바이오 기반 레진으로 바꾸는 것, 둘째, 접착물질에 바이오필러 (biofillers)를 활용할 것, 셋째, 제품 수명이 다한 후 폐기처리 단계에서의 친환경성을 높일 것이다. 다름아닌 이러한 탄소중립화 목표가 우디오의 혁신 방향과 전략을 설정하는 핵심 기반이다. 출발-성장-도약까지 우디오를 흔들림 없이 지탱하고 있는 초심이 있다. 탄소중립화를 위한 대체 솔루션을 시장에 내어 놓는 것이다. 이 혁신적인 솔루션은 기존의 소재보다 더욱 환경친화적이어야 할 뿐 아니라, 가격, 기능과 디자인 면에서도 경쟁력을 갖추어 소비자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어야 한다. 대학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만난 두 연구원의 사소한 호기심은 무척이나 큰 눈덩이가 되어 먼 길을 빠르게 달려왔다. 목표를 위해 멈출 수 없는 연구개발, 투자자들의 기대에 맞추어 가시화해야 하는 결과물, 생산시설의 고도화, 단계마다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투자 유치, 제품출시와 판매 등 지난 8년간에 걸친 우디오의 여정은 결코 수월하지 않았다. 이야기나 실험실에서 끝나버릴 수도 있었던 두 연구원의 호기심이 현재에 이르기까지 현실화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그 초심이 살아있고 그 초심을 지지해주는 기업-대학-정부의 협력적인 에코시스템 때문일 것이다. 빼앗기보다는 서로를 보완해주는 사회적 기반, 기후변화의 가속화를 멈출 수 있는 지속가능한 솔루션에 대한 사회의 적극적 지지, 그리고 변하지 않는 초심을 가진 창업가 이 세가지가 스타트업 우디오의 성공비밀이 아닐까. 본 글은 Seoul Property Insight에 기고되었던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