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세계 지속가능여행지 지수 (Global Destination Sustainability Index)에서 헬싱키가 1위를 차지했다. GDS지수는 관광업과 포괄적인 도시관리 측면에서 도시의 지속가능성과 친환경적인 노력을 평가, 순위를 매기는데, 전 세계 100여개 이상의 도시들을 비교하고 있다. 여행지 관리 (Destination Management), 관광 관련 업체의 참여도(Supplier Performance), 친환경적인 노력(Environmental Performance), 사회적 기여(Social Performance)의 4가지 영역에서 자원의 활용, 로컬 사업체 지원, 에너지 소비, 탄소 배출, 포용성(inclusivity) 등 70여가지 항목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헬싱키 시내 항구 전경 / Photo from City of Helsinki / Photographer : Anneli Hongisto 2035년까지 탄소중립화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한 헬싱키시는 관광 및 MICE 산업의 기후행동계획(Climate Action Plan for Tourism and Events) 수립을 비롯하여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이 계획에 담겨있는 에너지 사용, 쓰레기 발생, 탄소배출 절감이라는 3節 목표를 위해 헬싱키시와 관광산업에 속한 기업들은 긴밀하게 협조해왔다. 시정부는 시민과 관광객들이 보다 더 환경 친화적인 선택과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호텔, 쇼핑센터, 레스토랑, 관광지, 연회장과 같은 MICE 및 관광산업 관련 사업체들이 준수할 수 있는 지속가능성 표준을 마련했다. 헬싱키 항구에서 수오멘린나 요새 Suomenlinna 로 이동하는 페리 / Photo from City of Helsinki / Photographer : Tuntematon 헬싱키가 2035년까지 탄소중립화를 달성하려면 현재 수준에서 60%가량 탄소배출을 감축해야 한다. 이는 상당한 정도의 구조적 변화와 기업, 시민, 방문 여행객 모두의 행동변화를 요구한다. 이러한 변화를 독려하기 위해 헬싱키시는 Think Sustainably 라는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 https://www.myhelsinki.fi/en/think-sustainably/think-sustainably-criteria) 이 서비스를 통해 헬싱키가 제안하는 지속가능성 표준 항목을 일정 수준 준수하는 업체에게는 헬싱키시에서 그린 마크를 부여하고 시정부가 운영하는 관광사이트에 환경친화적 업체로 소개하여 방문객들에게 노출해준다. 또한 방문객들이 서비스 경험 후 업체들의 실질적인 노력에 대해 칭찬을 남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헬싱키 시내 전경 / 스톡만 백화점 / Photo from City of Helsinki/ Photographer : Comma Image Oy 지속가능성 표준 항목을 일부 소개하자면; (1) 태양광, 풍력, 수력, 바이오와 같은 신재생 에너지 100% 전기를 사용하는지, 에너지 소비를 절감할 수 있는 정량적 방법을 도입하고 있는지(2) 레스토랑의 경우 최소 한 가지 이상의 균형 잡힌 채식메뉴를 제공하고 있는지, 세계자연기금(WWF)의 지속가능한 해산물 지침 (Sustainable Seafood Guide)을 따르는 해산물 메뉴를 제공하는지, 손님에게 제공하는 식수는 수돗물인지 [핀란드의 경우 수돗물이 병입 (bottled) 생수보다 동등하거나 더 좋은 식수의 질을 자랑하고 있다. 병입 생수는 생산, 병입 과정, 유통 운송 등 탄소배출과 플라스틱 사용이라는 문제점을 유발하기에 핀란드에서는 식수로 수돗물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친환경, 유기농, 공정무역 제품을 사용하는지(3) 로컬 재료를 사용하는지(4) 재활용 플라스틱과 같은 재생소재를 활용하는지(5) 사회적 약자를 고용하는지, 근로자에 대해 평등과 비차별 정책을 준수하는지 헬싱키 해안가 카이보푸이스토 Kaivopuisto 해변공원 전경 / Photo from City of Helsinki / Photographer : Erik Lahteenmaki 가장 친환경적인 여행지 1위 등극은 단시간 내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오랜 시간동안 헬싱키 시정부과 시민, 기업, 연구소의 단계적인 공동의 노력이 있었다. 헬싱키는 2019년 UN 고위 정치포럼 (the UN High-Level Political Forum: HLPF)에 유럽에서 가장 먼저 지속가능 개발 보고서를 제출한 도시였다. HLPF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UN SDG 프로그램의 핵심 장치로 참여 국가들이 설정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모니터링 및 평가한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헬싱키시의 청사진은 2017년에 수립된 헬싱키 2017-2021 전략에 잘 나타나 있는데 이 당시 이미 2035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분명히 했다. 헬싱키 시내 중앙기차역 / Photo from City of Helsinki / Photographer : Tero Lahti 헬싱키가 세계적인 주목을 끄는 또 다른 분야는 2021년 시작된 에너지르네상스 프로그램으로 도시 건축물의 에너지 효율 향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헬싱키 전체의 탄소 배출량 중 56%가 난방에서 발생하는 점을 감안했을 때 건물의 에너지 사용을 변화시키지 않고 탄소중립 목표에 도달할 수 없다. 2035년 탄소중립 목표 도달을 위해서는 난방과 전기 사용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을 82%까지 감축해야 한다. 따라서 시정부는 세계그린빌딩협의회(The World Green Building Council)와 협력하는 동시에 10명의 에너지 전문 엔지니어로 구성된 전문가 집단을 구성하여 민간 집합 주택 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무료로 컨설팅하고 있다. 팀이 구성된 이후 지금까지 약 600여개의 건물에 컨설팅을 제공해 50%의 에너지 절감을 달성했는데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800억원에 달한다. 또한 헬싱키 시의회는 보다 엄격한 에너지 효율 표준을 마련해 신축 건물에 적용할 뿐 아니라 구축 건물도 이 기준에 부합할 수 있도록 리뉴얼을 유도할 계획이다. 이 새로운 규정을 준수하려면 신축건물의 에너지 효율이 20%이상 향상되어야 한다. 에너지 르네상스 프로그램을 통해 구축 주택 건물의 경우 실제로 석탄에서 지열 에너지로 전환하고 단열 성능을 향상시킴으로써 60% 이상의 에너지 효율향상이라는 놀라운 결과를 경험했다. 헬싱키 대성당 The Cathedral / Photo from Visit Finland / Photographer : Ants Vahter 유럽의 도시 지속가능성을 위한 변화는 각자 도생이 아니라 EU라는 큰 틀에서 이루어진다. 헬싱키의 에너지르네상스 프로그램 역시 2016년 시작된 EU의 mySMARTLife라는 스마트시티 프로젝트의 기금지원을 받아 진행되었다. EU Horizon 2020의 하위 프로젝트로 mySMARTLife는 에너지 효율 향상, 탄소배출 감축, 삶의 질 제고를 위한 다양한 연구 프로그램을 지원했다. EU기금을 지원받은 유럽의 도시들은 각자의 경험 및 연구결과를 공유함으로써 데이터를 축적할 뿐 아니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선도적인 실험과 혁신을 감행하는 헬싱키는 다른 유럽 도시들에게 모범적 사례로 소개될 뿐 아니라 멘토 역할까지 함으로써 도시의 브랜딩을 강화시킨다. 헬싱키 대성당 앞 광장에 열리는 크리스마스마켓 / Photo from Helsinki Partners / Photographer : Jussi Hellsten 행복지수와 지속가능성 지수에서 2관왕을 차지한 핀란드. 그들은 행복의 기준을 무엇에 두고 있는지 말해주는 것 같다. 자연과 인간의 조화와 공생을 위해 변화를 망설이지 않는다. 그리고 그러한 변화가 가져오는 다소간의 불편함을 불행이라 여기지 않는다. 사회의 리더는 지속가능성을 위한 비전과 전략을 제시하고 시민과 기업은 장기적 목표에 이르기 위해 작지만 구체적인 실천들을 묵묵히 이루어 낸다. 대단한 듯 보이지 않는 작은 약속의 벽돌을 하나씩 단계와 일정에 맞게 쌓아 올린다. 혼자서만 쌓아서는 목표에 제 때 이를 수 없기에 이웃 국가들과 협력하고 유럽연합이라는 큰 틀의 힘을 빌린다. 작은 국가이지만 가장 앞장서서 실천함으로써 세계적인 리더십을 발휘한다. 정부 재정으로 당면한 사회의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시민과 기업은 자신이 감당해야 할 몫에 대한 책임감을 느낀다.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함으로써 연대감을 만들어간다. 행복은 지속가능성이라는 가치 안에서 더욱 상승,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2관왕 핀란드, 그리고 수도 헬싱키, 대단한 성과인 듯하나 막상 그 비법을 들여다보면 매우 단순하고 누구나 쉽게 적은 노력으로 기여할 수 있는 것들은 각자 조용히 할 뿐이다. 그게 힘이다. 헬싱키 로울루 Loyly 사우나 / Photo from Helsinki Partners / Photographer : Yiping Feng and Ling Ouyang본 글은 Seoul Property Insight에 기고되었던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