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싱키 시내에서 겨우 15킬로미터 벗어난 곳이지만 도로는 마치 국립공원에 온 듯 숲이 우거졌다. 빨강 우체통을 지나면 야외조각공원을 방불케하는 예사롭지 않은 정원이 있는 주택을 만난다. 호수와 소나무 숲에 둘러싸인 핀란드 국민 조각가 비옌 벡스트램의 갤러리 레지던스인 빌라 벡스트램 Villa Weckstrom이다. Villa Weckstrom전경, Espoo, Finland 조각가는 몸에 딱 맞는 말쑥하고 스타일리시한 양복을 차려입고 신사다운 정중함으로 손님을 맞이한다. 아흔의 나이지만 몸에서는 운동으로 단련된 단단함이 느껴지고 빛이 나는 깊은 눈과 온화한 미소는 처음보는 사람이라도 금새 그가 범상치 않은 예술가임을 직감적으로 알게한다.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며 따뜻한 눈길로 눈을 응시하는 그의 얼굴에는 진심어린 환대가 담겨있다. Bjorn Weckstrom / 뒷편으로 The Blind Runner 작품이 보인다 현관을 지나 거실을 들어서는 순간 입이 벌어진다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작품 전시와 실내 인테리어, 창 밖의 전망에 압도된다. 천장에 메달려 비행하고 있는 거대한 청동 이카루스와 모터바이크 하체에 두 손을 높이 치켜 든 켄타우로 조각상, 창가에 진열된 정교한 유리조각품들, 귀금속 박물관을 연상시키는 쥬얼리 전시, 화이트 패브릭과 투명 아크릴의 가구가 자아내는 이성적이나 온기가 느껴지는 가구, 한 벽을 가득 채우는 추상적인 푸른 그림들은 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차원과 스케일이 다른 공간이다. Villa Weckstrom 을 에워싸고 있는 조각공원 누타예르비 글라스 빌리지의 장인 글라스 블로어와 함께 작업한 그의 유리 조각품들은 핀란드 글라스 아트 테크닉의 정수를 보여준다. 청동, 대리석, 유리, 금속, 아크릴을 자유자재로 다루며 작은 쥬얼리 조각부터 2미터가 넘는 거대한 그의 청동 조각품들은 이태리 르네상스 예술가를 연상시킨다. Bjon Weckstrom의 유리조각과 대리석 조각 작품 스타워즈 레아공주의 디자이너 1965년 국제 쥬얼리 디자인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명성을 쌓기 시작해 핀란드를 대표하는 파인쥬얼리 브랜드 라포니아 쥬얼리의 대표 디자이너가 된 비옌 벡스트램은 미국영화 스타워즈의 여주인공 레아공주가 착용한 목걸이의 디자이너로 알려지면서 세계적인 스타 디자이너로 부상했다. 하지만 그는 하나의 성공에 머물지 않았다. 자신의 메시지를 더욱 유연하게 표현할 수 있는 청동과 대리석이라는 소재를 찾아 30년전 이태리로 떠난 이후로 이태리와 핀란드를 오가며 작업활동과 국제적인 전시를 개최해왔다. 대서양을 횡단한 항해사 그는 대서양을 두 번이나 횡단한 항해사이기도 하다. 광활한 바다를 외로이 항해하면서 고요와 풍랑, 어둠과 빛, 한계와 결핍, 노동과 휴식, 좌절과 기대, 상상과 현실, 기계와 인간의 한계를 경험했을 그의 깊이를 그의 눈 빛과 작품에서 느낄 수 있다. Bjorn Wecksstrom이 직접 디자인한 소파와 테이블. 벽에는 조각가가 항해를 할 때 사용했던 돛으로 만든 그림들이 걸려있다. 인간과 기계의 관계 거대 청동 조각품들에 담겨있는 그의 문제의식은 인간과 기계의 관계, 그리스 신화를 통해 엿볼 수 있는 인간의 본성이다. 인류는 산업화 혁명이후 지속적으로 기계에 종속되거나 지배적인 기계환경으로 인해 인간성의 변질과 상실의 위험에 노출되었다. 기계가 인간에게 편리함을 준 만큼 인간이 기계에 과잉 노출됨으로 인해 감성적인 측면을 상실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벡스트램의 1991년도 작품 “The Blind Runner”는 정보의 홍수 속에 눈을 가린 체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는 인간을 그린다. 급속도로 쏟아져나오는 정보의 양에 사람들은 빠르게 오류에 빠진다. 디지털 시대에는 잘못된 정보와 판단이 군중심리와 만나 수 많은 희생자들을 양산한다. 소셜 미디어와 인터넷 뉴스를 통해 재생산된 루머는 진실로 변질되고 추측은 사실로 둔갑해 ’피의자’는 의심없는 ’범죄자’로 ’정서재판’ 앞에 놓인 체 오직 자살만이 유일한 출구로 느껴지도록 극한으로 내몰린다. 이로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공황장애와 우울증으로 시달리게되는가. 우리는 누군가의 아픔에 점점 둔감해지고 오직 신속하게 널리 그저 퍼나르는 것에만 집착하는 잔인한 사회로 달리고 있다. The Blind Runner, Bjor Wecksstrom / Photo by 이눅희 현실에서 탈출하기 위해 유전자를 조작해 하늘로 날아오른 이카루스는 아버지의 경고를 무시하고 자만심에 가득차 태양 가까이까지 높이 날다가 날개가 녹아 결국 바다로 추락한다. 거실 중앙 천장에 메달려 공간 전체를 장악하고 있는 듯한 거대한 이카루스 청동 조각품은 감당할 수 없이 자라나는 인간의 탐욕이 주는 공포심을 느끼게 한다. 천장에 걸려있는 이카루스 사용자에서 종속자로 전락한 인간 현대의 테크놀로지는 뇌가 신체에 유해신호를 보내 방어기제를 작동시키는 본능적인 보호망을 피할 수 있을 정도까지 발달했다.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기술이 발산하는 유해한 빛에 노출된 인간은 유해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육체적, 정신적으로 병든다. 바람에 이물질이 눈에 들어오면 눈이 즉각적으로 보호반응을 하거나 파편에 찔리면 뇌가 즉각적으로 통증 신호를 보내 방어기제를 작동시킨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블루라이트가 사람의 눈에 해롭고 수면을 방해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우리의 신체는 이 유해한 빛에 그 어떠한 보호반응을 일으키지 않는다. 시력이 나빠지고 노안 증상이 나타날 즈음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미 스마트폰에 중독이 되어있거나 생활의 일부에 깊숙히 파고들어 사용을 중단하기 어렵다. 기계와 인간의 관계가 사용자에서 종속자로 변질되었다. 이제는 테크놀로지로부터 사람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를 연구해야하는 시대가 되었다. 벡스트램은 기계의 문명과 발전을 거부하거나 부인하지 않는다. 기계가 인간에게 일정부분 효율성을 가져다 준 것을 인정하되 인간이 기계에 종속되거나 인간성을 상실하게 되는 위험성을 경고하고자 한다. Villa Weckstrom내부에 전시된 조각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