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가 아닌 문화, 핀란드 퍼블릭 사우나 로울루Löyly

핀란드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수백년간 세대를 아우르며 공유하는 문화가 무엇이냐고 질문한다면 주저함 없이 사우나를 꼽을 것이다. 인구 550만명의 핀란드에 약 330만개의 사우나가 있다. 3 명당 1개의 사우나, 즉 집집마다 사우나가 적어도 1개는 있는 셈이다.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사우나 Sauna’라는 단어 자체가 핀란드어이고, 과거 핀란드인들은 사우나에서 태어나고 사우나에서 생을 마감하기도 했다. 핀란드인에게 사우나란 ‘요람에서 무덤까지’ 삶과 함께하는 문화이다. ​헬싱키 퍼블릭 사우나 로울루 Löyly / Photo : Kuvio.com / Architects: Avanto Architects 트렌드와 문화를 혼동하는 경우가 있는데 트렌드는 어떤 짧은 기간동안의 집단적 행동유형으로서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지는 현상이다. 문화는 한 사회에서 세대와 세대를 이어 내려오며 발전하거나 현대화되어 사회의 절대적 대다수가 함께 누리고 소중히 아끼는 ‘공감’의 코드를 가진 집단적 행위 또는 정신세계라 할 수 있다. 이때 문화를 규정하는 중요한 세 가지는 ‘절대적 다수 majority’, ‘행위와 규범의 공존 behavior and norm’, 그리고 ‘지속성 sustainability’이다. 다수에 의해 이루어지는 행위라고 할지라도 그 안에 보편적으로 공감되고 지지되는 정신적 가치가 존재해야한다. 일부 소수의 계층이나 집단만 누리는 것은 한 사회의 문화라기보다는 본질적으로 폐쇄성을 갖는 하나의 현상으로 이해해야한다. 문화란 계층, 장르, 트렌드를 뛰어넘어 사회의 절대적 다수가 함께 공감하고 누리고 그 속에서 삶의 가치가 공유되는 정신과 행위이다. 이렇게 보다 명료하게 문화를 정의할 때 사우나란 어느 면으로 보나 핀란드를 대표하는 하나의 문화라는데 이견이 없다. ​Sauna in Löyly / Photo : Kuvio.com / Architects: Avanto Architects 핀란드인에게 사우나는 단순히 ‘땀을 빼는’ 신체적 활동 그 이상의 세계가 있다. 무엇보다 사우나안에서는 모두 평등하다. 포장할 것도 장식할 것도 없다. 재력 떼고, 계급장 떼고, 허세 떼고, 사우나 안에서는 모두가 그저 민낯의 평범한 사람이다. 또한 가장 편안하면서도 솔직해질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몸과 마음이 힘들때 골방으로 들어가 혼자만의 시간을 찾듯이 좁지만 따뜻한 사우나 안으로 들어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온기를 느낀다. 긴장감이 풀리면서 분노도 누그러진다. 몸을 씻으면서 감정의 찌꺼기도 함께 씻어낸다. 사우나 후 잔잔한 호수 속에 몸을 담그면 자연이 주는 위로가 온 몸을 적신다. 그렇게 사우나와 자연에 몸을 맡기면 어느새 세상의 스트레스와 상처가 씻겨나가고 나를 짓누르는 온갖 압박과 공격들이 나를 무너뜨릴 수 없다는 위로와 힘을 얻는다. 사우나를 통해 나 자신을 다시 찾고 일으켜 세우는 회복을 경험한다. 평생 사우나와 함께 살다보면 사람은 힘을 풀어야 새로운 힘을 얻는다는 것을 깨닫는다. 사우나를 경험하는 전체 행위와 의식 ritual 자체가 하나의 명상이고 가장 깊은 내면의 나 자신을 조우하는 순간이다. 인간의 언어는 너무나 유한해서 무한한 감정의 경험들을 말로 다 표현해낼 수 없다. 그럴 때는 그냥 조용히 몸의 경험을 통해 마음으로 전해지는 그 느낌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 표현할 수 없는 그 순간의 평화로운 감정들을 언어가 아니라 온전히 마음으로 느낄 때 신비한 치유가 일어난다. ​Photo: Visit Finland 제대로 핀란드식 사우나를 즐기기 위해서는 육체적 노동을 피할 수 없다. 사우나를 데우기 위해 땔감으로 사용할 나무를 도끼로 잘라야하고 보관 창고에 잘 쌓아 올려 놓아야 한다. 사우나를 이용하려면 우선 창고에서 땔감을 사우나 아궁이로 날라야 한다. 아궁이 속 나무에 불이 붙어 활활타오르면 사우나 스토브에 쌓아 올려진 돌무더기가 서서히 뜨거워지고 이 열기로 사우나 내부의 온도가 섭씨 80도까지 올라간다. 사우나 중간이나 이후에 마실 시원한 맥주나 주스, 그리고 구워먹을 소세지도 준비한다. 겨울에는 사우나 근처 호수로 내려가 30센티미터 이상의 두께로 꽁꽁 얼어붙은 호수에 톱과 창으로 한 사람의 몸이 겨우 들어갈 정도의 구멍을 낸다. 이 구멍을 핀란드어로 ‘아반토 avanto’라고 한다. 그 사이 사우나가 충분히 데워지면 샤워장에서 몸을 씻고 달구어진 돌에 뿌릴 물을 양동이에 담아 사우나 안으로 들어간다.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기 위해 간간이 뜨거운 돌 위에 물을 뿌리면 요란한 소리와 함께 돌에서 뜨거운 증기가 공기중으로 피어오른다. 이때 솟아오르는 증기를 핀란드어로 ‘로울루Löyly’라고 부른다. 고대 핀란드어에서 로울루는 ‘영혼 spirit’ 또는 ‘생명 life’라는 의미도 갖는다. 사우나가 얼마나 핀란드인에게 특별한 의미인지 알 수 있다. ​Photo : Visit Finland 핀란드 라이프스타일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대표적인 문화, 사우나가 지속가능한 건축디자인과 테크놀로지에 힘입어 헬싱키의 랜드마크로 재탄생되었다. 헬싱키 다운타운에서 2킬로미터 떨어진 해안가에 2016년 개장한 퍼블릭 사우나 로울루는 핀란드 문화와 국가철학을 대표하는 최고의 건축물로 꼽힌다. ​로울루 프로젝트는 헬싱키시정부의 이니셔티브에서 시작되었다. 헤르네사리 Herensaari 는 고급 주거지와 산업단지, 세일링 보트와 요트 정박지 등이 혼재된 구역이다. 시정부는 이 구역 해안가 부지를 아주 저렴한 가격에 장기 임대할테니 항구에 정박하는 여행객들이 육지로 내려와 헬싱키를 관광할 수 있도록 할 아이디어를 공모했다. 코드명 ‘사우나 핀란디아’가 이렇게 2011년 탄생되었고 여러 우여곡절을 거쳐 마침내 2016년 현재의 로울루가 개장되었다. 여행객들이 핀란드를 대표하는 사우나 문화를 경험하는 동시에 여행의 피로를 풀 수 있도록 3개의 각기 다른 방식의 사우나와 스파, 레스토랑과 바 Bar를 넣었다. 사우나는 바다를 향하도록해 사우나 중간에 테라스를 통해 바다로 들어가 수영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디자인과 로컬 문화체험, 그리고 웰니스와 먹거리의 성공적 융합으로 로울루는 개장 첫해에 약 40만명의 방문객을 불러들인 명실상부한 헬싱키 최고의 명소가 되었다. ​Photo : kuvio.com 환경운동가인 영화배우, 그리고 그의 친구인 핀란드 녹색당 소속의 국회의원이 의기투합하여 함께 탄생시킨 로울루는 창업자들의 정체성을 반영하고 있다. 핀란드에서 최초로 FSC (Forest Stewardship Council) 인증을 받은 나무 자재만을 건물의 외장재와 테라스 데크 자재로 사용했다. 건축에 사용된 모든 나무는 에코 레이블 제품이며 내부 인테리어에 사용된 나무는 자작나무 플라이우드를 생산하는 공장에서 나온 폐자재를 업사이클 한 것이다. 시설 운영에 사용되는 전기역시 에코 에너지 인증을 득한 친환경 에너지다. 화장실 휴지와 핸드타월역시 100% 재활용 종이를 사용한다. 레스토랑에서 판매하는 연어스프 한 그릇당 50센트가 세계야생생명재단 WWF (The World Wildlife Foundation)에 기부된다. 사우나 시설 이용객들이 렌트를 하는 수영복은 바다에서 수거한 플라스틱이나 버려진 그물망에 사용된 나일론을 리싸이클한 원단을 사용한다. 시설 운영자는 다양한 외부 파트너들과의 협업을 통해 소비자들이 책임감 있는 선택, 지속가능한 소비를 할 수 있도록 혁신적인 캠페인을 기획한다. ​ Löyly / Photo : Kuvio.com / Architects: Avanto Architects 로울루 건축디자인에 있어서 가장 아름다운 점은 주변 자연환경과 완벽하게 하나로 조화를 이룬다는 것이다. 핀란드의 해안가는 회색빛의 넓직하고 둥글며 평평한 바위가 이어져 있다. 밝은 소나무는 오랜 세월이 흐르면 회색빛으로 바랜다. 로울루는 세월이 지날수록 해안가의 회색 바위 중 하나처럼 보일 것이다. 건축의 주재료와 주변 자연에 대한 완벽한 이해에 기반하여 인위적 건축물이 자연의 구조물을 방해하거나 이질적으로 부조화를 만들어내지 않도록 하겠다는 디자인 철학이 담겨있다. 동시에 로울루의 구조는 향후 인근에 새로운 주택단지가 재개발될 것을 감안하여 수변의 건축물이 주거지의 바다전망을 방해하지 않도록 디자인되었다. 당장 건축당시의 주변 환경이 아니라 먼 미래의 도시개발을 염두해둔 장기적 도시계획하에 진행된 디자인이다. 미래를 계산했기에 장기적 관점에서 비용의 효율성, 지속가능성, 주변환경과의 합일성을 모두 충족시키는 뛰어난 건축물이 탄생할 수 있었다. ​ 핀란드 전통 사우나 / Photo : NIKARI / Studio Chikako Harada. 로울루의 건축디자인은 매우 단순하다. 사각형의 콘크리트 박스 안에 사우나 시설을 집어 넣었고, 약 4,000장의 열처리된 소나무 합판 조각들이 유기적이고 비정형적인 형태로 이 박스를 감쪽같이 숨기며 뒤덮고 있다. 비록 디자인은 단순하지만 구조적 내구성과 기능성을 고려하여 공학적으로 정교하게 가공,재단된 특수 소나무 합판은 해안가의 거친 환경도 충분히 견뎌낼 수 있다. 사선으로 이어진 판넬 조각들은 베네치안 블라인드와 같은 역할을 하여 사우나 내부에서는 외부 전망을 즐길 수 있지만 외부에서는 사우나 내부를 볼 수 없다. 건물의 옆면에서 지붕으로 이어지는 ‘벽’에 해당하는 부분은 합판을 계단화하여 방문자들이 ‘벽을 걸어올라가’ 루프트탑에 도달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로울루의 기본 골격 / Photo : kuvio.com / Architects: Avanto Architects 사우나와 뗄 수 없는 또 한가지는 자연이다. 도심 아파트 안에 있는 사우나를 제외하고 보통 핀란드에서 사우나는 숲, 특히 호숫가나 해안가에 자리한다. 사우나 땔감을 숲에서 얻을 수 있을뿐 아니라 사우나 중간에 몸을 식히기 위해 호수나 바다로 들어가 수영을 하기 위해서다. 수영 후 물밖으로 나와서는 나무 데크나 벤치에 앉아 하늘과 구름을 담고 있는 잔잔한 호수의 수면을 바라보며 생각을 비운다. 영하 20도가 넘는 한겨울에도 아반토를 통해 잠시나마 얼음물 속으로 들어간다. 아반토가 없으면 눈밭이라도 맨몸으로 뒹군다. 사우나, 숲, 호수, 바다는 하나다. 사우나를 통해 인간과 자연은 손을 맞잡은 동반자이자 2인 삼각경기임을 배운다. 하나가 넘어지면 다른 하나도 넘어진다. 속도와 방향을 맞추어야 함께 갈 수 있다. 사우나는 그 기본을 배우는 첫 공간이다. ​Loyly / Photo : Kuvio.com / Architects: Avanto Architects ​핀란드 섬위의 사우나 / Photo : Visit Finland ​ ​본 글은 Seoul Property Insight에 기고되었던 기사입니다. 원문은 링크 참조. https://seoulpi.io/article/457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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