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 Mairea, 1937~1939 , Noormarkku, Finland, designed by Alvar Aalto (1898~1976)빌라 마이레아는 핀란드 문화예술사에서 가장 중요한 건축물 중 하나다. 자연을 건축디자인의 표준으로 삼았던 알바 알토와 저항과 지향을 추구하는 모더니스트 마이레 굴리센이 ‘좋은 삶 Good Life’라는 공통의 비전을 함께 실험했던 거대한 디자인 실험실이자 창작물이다. 빌라 마이레아 파사드 20세기 핀란드에서 가장 큰 사업가이자 아트 콜렉터의 여름 별장 빌라 마이레아 Villa Mairea는 모더니즘 정신을 관념의 세계에서 일상의 차원으로 구체화한 실험 작품이다. 핀란드 수도 헬싱키에서 약 260 km 떨어진 작은 마을 노르마르쿠는 핀란드 근현대 미술과 디자인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성장시킨 숨은 주역 마리에 굴리센 Maire Gullichsen 이 태어나 자라고 생을 마감한 아름다운 마을이다. 마이레는 빌라 마이레아의 건축주이자 유럽의 거대기업 알스트롬 Ahlstrom 창업자의 손녀, 그리고 핀란드를 대표하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아르텍 Artek의 공동창업자이다. 예술과 디자인을 사랑하는 그녀는 핀란드의 가장 위대한 디자이너 알바 알토의 재능을 일찌감치 간파하고 그의 가장 큰 후원자가 되었다. 빌라 마이레아는 마이레 굴리센 부부와 알바 알토 부부의 우정과 아트 & 디자인에 대한 열정이 낳은 알토 주택 건축디자인의 마스터피스라 할 수 있다. 빌라 마이레아를 소개하기전 먼저 알토와 마이레 굴리센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빌라 마이레아 작업실에 있는 마이레 굴리센. 옥탑방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뒤에 보인다. 19세기 말, 20세기초 유럽의 외곽이라고 할 수 있는 핀란드에서 태어나고 자란 알토는 디자이너의 길을 선택하면서부터 세계와 연결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는 식견을 갖고 있었다. 따라서 해외 디자인, 문화예술 커뮤니티와 적극적으로 활발한 교류를 추구했다. 스웨덴에서는 건축디자이너로 세계적인 인지도를 쌓은 군나 아스플룬드 Gunnar Asplund와 우정을 쌓았고, 독일에서는 다양한 바우하우스출신 디자이너들과 교류했다. 프랑스에서는 컨템포러리 아트 커뮤니티와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스위스에서는 역사학자이자 건축비평가였던 지그프리드 기디온 Sigfried Giedion과 우정을 쌓았다. 또한 국제현대건축총회 CIAM (International Congress for Modern Architecture) 의 활동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세계적인 건축가들과 교류하며 영향을 주고 받았다. 1923년 핀란드에서 건축사무소를 설립한 알토는 1976년까지 약 50년간 디자이너로 활발히 일 하며 20여개국, 약 300여개의 건축물에 그의 위대한 흔적을 남겼다.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에 관심이 있다면 핀란드의 아르텍 브랜드를 잘 알것이다. Art와 Technology의 합성어인 아르텍 Artek은 1935년 알바 알토, 아이노 알토, 마이레 굴리센, 그리고 미술사가이자 비평가 닐스 구스타브 할에 의해 공동설립된 가구브랜드다. 마이레 굴리센은 파리와 헬싱키에서 예술을 공부한 화가이자 디자이너였고 당시 핀란드에서 가장 막강한 철강.목재 기업의 딸로, 다이아몬드 수저라고 할 수 있다. 핀란드 디자인과 모던 아트는 가장 큰 영향력을 끼쳤던 ‘큰손’, 마이레 굴리센의 기여를 빼놓고서 이야기를 할 수 없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 핀란드 미술계의 민족주의적 기류를 우려하며 유럽과 미국의 현대 미술을 핀란드에 소개하는데 앞장섰던 그녀의 앞선 생각은 갤러리 아르텍의 활동에서 잘 드러난다. 아르텍의 공동창업자들은 그 설립 목적을 두가지로 규정했다. 첫째는 알토가 디자인한 가구, 조명, 텍스타일을 세계 시장에 판매하는 것, 두번째는 핀란드 내에서 모던 컬쳐를 확산하는 것이었다. 이 목적을 구현하기 위한 방법으로 전시와 교육을 택했고 이를 위해 갤러리 아르텍을 설립하여 모더니스트 정신을 핀란드에 확산하고자 했다. 오늘날 유럽 모던 디자인을 대표하는 가구 브랜드 비트라 VITRA가 1950년에 설립되었으니 비트라보다 15년 먼저 앞서 모더니티와 세계화를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삼은 아르텍이 탄생했다. 그리고 이 아르텍 탄생의 결정적 열쇠가 마이레 굴리센이다. 빌라 마이레아 측면 갤러리 아르텍은 핀란드 대중이 이전에 접할 수 없었던 프랑스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서유럽 화가들의 그림을 전시했다. 특히 당시 예술의 중심이었던 프랑스 미술계에 관심을 가지며 핀란드에 적극적으로 소개했다. 갤러리 아르텍은 핀란드 대중들이 예술의 지식적 가치 intellectual value를 인식하기 바랬다. 이 예술의 지식적 가치라는 것이 예술의 본질이자 예술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으로 생각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마이레 굴리센은 예술 뒤에 있는 저항과 지향이라는 이 중요한 모더니티와 이상향을 표현하는 사람이 예술가이고, 그 메세지를 이해하고 공감하고 동참하는 관람자들이 하나가 되어 현재가 미래를 향해나아갈 수 있다고 믿었던 것 같다. 현재 시점에서 보면 어마어마한 작가들의 작품들을 갤러리 아르텍이 전시했지만 당시에는 이 서유럽 작가들의 작품들이 핀란드 안에서 많이 판매되지 못했다. 1930년대 대공황과 1940년대의 2차세계대전은 갤러리 활동을 거의 불가능하게 만들다시피 했지만 마이레 굴리센이 이끄는 갤러리 아르텍은 일종의 사명감을 가지고 과감히 재정적인 위험부담을 감수했다. 모더니즘을 추구하는 서유럽의 젊은 예술가들을 핀란드에 소개함으로써 서유럽과 핀란드 문화예술을 연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갤러리 아르텍은 모더니즘 중심의 전시들을 통해 핀란와 세계를 연결했을 뿐 아니라, 핀란드 문화예술이 유럽의 변방으로 전락하지 않도록했다. 이토록 한 국가의 미술계에 지대한 공헌과 영향력을 끼쳤던 한 개인이 또 있을까싶을 정도로 마이레 굴리센과 갤러리 아르텍은 브랜드의 수준을 훨씬 넘어서는 하나의 문화예술의 상징으로서의 지위를 추구했다. 진정한 의미의 사회적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한 사회의 신사고 New Thinking, 또는 사회, 문화예술의 새로운 동력New Movement을 주도하고 국가와 세계를 연결시킬 수 있는 그런 인사이트와 응집력을 발휘한 인물이 마이레 굴리센이다. 아르텍 갤러리를 통해 전시된 피카소, 후안 미로, 알렉산더 칼더, 고갱, 페르낭 레제, 장 아르프, 에드가 드가, 앙리 뚤루즈-로트렉, 마티스 등의 작품들은 상당부분 판매되지 못하고 결국 마이레 굴리센 가문, 아르텍 창업자들과 그들의 지인들 품으로 소장되었다. 빌라 마이레아 측면 빌라 마이레아는 1938년에서 39년사이 핀란드 디자이너 알바 알토와 그의 부인이자 동료 디자이너 아이노 알토에 의해 디자인된 세계적인 건축물이다. 르 코르뷔지에의 빌라 사보이, 미어스 반 데어 로에의 빌라 투겐트하트,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낙수장Fallingwater으로 불리는 빌라 카우프만Villa Kaufmann 과 견줄만한 마스터피스라 할 수 있다. 헬싱키에 소재한 마이레 굴리센 부부의 집과 알스트롬 기업의 다양한 빌딩을 디자인하면서 돈독한 신뢰관계를 쌓아온 알토부부에게 마이레는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여름 별장과 알스트롬 본사가 위치한 노르마르쿠에 부부를 위한 여름별장 건축디자인을 맡겼다. 굴리센은 기업 프로젝트에서는 펼치기 어려웠던 다양한 실험적 디자인을 이 주택 건축에서 마음껏 시도해보라는 전적인 자유를 알토에게 주었다. 그는 (1) 자연과의 조화, (2)아트 콜렉터이자 화가인 아내와 큰 기업을 이끄는 사업가인 남편이 ‘Good Life’ 를 누릴 수 있는 주거공간이라는 두 가지 목적을 분명히 하고 빌라 마이레아에 그만의 실험을 시작했다. 나무, 콘크리트, 금속, 타일, 벽돌, 천연석, 라탄, 페브릭, 식물, 페인팅 등 다양한 소재를 사용하며 공간의 모듈을 디자인했다. 소재가 자아내는 텍스쳐역시 회화적 감성을 구현하고자 했는데 예를들어 ‘겨울 바람이 눈위에 남긴 조각’의 느낌을 내는 표면 마감, 화이트 회반죽으로 표면을 마감한 지중해식 느낌의 벽난로, 지상의 잔디를 옥상으로 옮긴 공간의 전환, 아주 오래된 낡은 느낌의 천연석, 소나무와 자작나무가 빼곡히 들어서 숲길을 걸어가는 듯한 계단 등 클라이언트와 감성과 영감을 공유하며 당시 세계대공황과 양차대전 사이라는 시대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틀을 완전히 깨는 이데아 idea주택을 시도했다. 빌라 마이레아 코트야드와 풀장 외부 나선형모양의 계단이 이끄는 지붕, 거실과 수영장이 딸린 코트야드를 연결하는 거대한 유리 슬라이딩도어, 테라스의 나무 난간, 덩굴나무가 타고 올라가도록 만든 목재 격자구조물 (trellis), 다양한 두께와 색의 구조기둥, 일본의 전통 가옥과 핀란드의 전통 민속 가옥 등 이질적인 감성의 혼합, 건축물의 내외장 디자인을 빌라의 주변을 감싸고 있는 숲과 완벽하게 조화시키는 공생의 평온함, 보는 방향에 따라 같은 건축물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의 변화하는 디자인 등 한 디자이너에게 이렇게 많은 실험을 해볼 수 있는 주택건축 프로젝트는 일생에 한 두번 만나기 힘든 행운이었다. 빌라 마이레아 외부 정원, 2층 테라스로 올라가는 돌계단과 하부 벽난로 콜렉터이자 화가인 클라이언트가 거주하는 빌라 마이레아에서 알토는 현대 미술과의 연결점을 중심에 두었다. 그림들이 놓이거나 소장을 용이하게 하기위한 공간 디자인 뿐 아니라, 알토는 주택의 내부를 캔버스로 상상하고 그림을 그리듯 공간을 구성했다. 또한 알토는 빌라 마이레아 프로젝트 중 자주 “이 모든 것은 그림에서 출발했다. But it all began in painting”라는 말을 자주 했다. 클라이언트가 소장하고 전시할 현대미술품들이 알토 디자인의 기저에 확실히 자리잡고 있었을 뿐 아니라 그림들이 빌라 마이레아에 깊은 인간미를 더하고 있었다. 그리고 건축물을 둘러싸고 있는 자연의 모습을 내부와 이어지도록 하기 위해 인테리어를 구성하는 요소 하나 하나를 자연과 조화시킴과 동시에 독립적인 개성을 유지하도록 했다. 빌라 마이레아는 소나무와 자작나무 숲에 둘러싸여 있다. 빌라 마이레아에는 숲길을 거닐듯이 막힘도 완전한 개방도 아닌, 길이 있어 길을 따라가다보면 자기만의 개성을 드러내는 작은 공간들을 만나고 그러한 공간과 공간이 이어져 마치 탐험을 하듯이 공간의 흐름을 따라가도록 하는 이끌림이 있다. 현관에서 진입후 거실을 왼편으로 보면서 1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마치 붉은 소나무숲을 연상시키듯 나무 소재의 작은 기둥을 바닥에서 천장까지 설치하여 미지의 새로운 장소를 걸어올라가는 설레임을 줌과 동시에 거실의 구조기둥들이 인위적으로 느껴지지 않도록 했다. 이러한 디자인은 인간이 인위적으로 세우는 건축물에서 ‘자연의 리듬’이 깨지지 않도록, 건축상 필요불가결한 인위성을 자연의 형태와 소재로 중화시키려는 알토의 해결책이다. 사실 알토는 공간에서 건축적 인위성을 피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 예를들어 개방형 거실을 지지하는 구조기둥들을 각기 다양한 지름의 크기와 색으로 한다거나 라탄이나 기타 다른 목재 소재의 끈으로 감쌈으로써 공간에 인위적인 규칙성이나 부가물의 느낌을 제거하고자 했다.건축물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을 내부로 이어지게 만드는 알토의 자연과의 합일에 대한 철학이 빌라 마이레아에 잘 반영되었다. 빌라 마이레아 주출입현관 그는 당시 생각하기 어려웠던 기술인 거실의 거대한 유리창문을 수동으로 개방할 수 있도록 만들어 코트야드와 거실을 하나로 연결했댜. 또한 거실과 서재사이의 거대한 벽체를 움직일 수 있도록 해 공간의 유연성을 극대화했고 가족의 미술 소장품을 보관하기 쉽고 컬렉션의 교체도 용이하도록 거실의 벅체를 두껍게 만들고 그 안에 그림 수납공간을 마련했다. 2층 마이레 굴리센의 작업실에는 옥탑방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만들었는데 이 옥탑방에는 오직 이 스튜디오를 통해서만 접근할 수 있게해 안주인만의 확실한 공간을 확보해주었다. 또한 사업가인 남편이 자주 개최하는 업무회의와 리셉션에 필요한 꽃꽂이 작업을 할 수 있고 식물을 관리하고 키울 수 있도록 마이레의 ‘윈터가든’도 마련했다. 겨울정원에서 외부 코트야드로 바로 나갈 수 있는 문을 만들었다. 1층의 넓은 개방형 거실의 주요 모듈은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벽난로가 시선을 사로잡는 담소 및 독서 공간, 그리고 아름다운 그랜드 피아노가 놓인 음악실 공간, 남편 하리 굴리센의 서재이자 업무 공간과 다이닝 룸, 그리고 마이레의 윈터가든으로 구성된다. 2층은 가족들의 침실과 작은 거실, 마이레의 작업실, 그리고 외부 테라스가 대부분을 이룬다 빌라 마이레아 거실 일부 빌라 마이레아는 사용자의 필요와 욕구, 일과 삶, 휴식과 충전, 사람과 자연이 씨실과 날실로 엮인 거대한 태피스트리와 같은 작품이다. 또한 마이레 굴리센이 평생동안 수집한 마티스, 페르낭 레제, 피카소, 브라크, 모딜리아니 등 위대한 서유럽 현대미술 작품들과 아이노 알토가 커스텀 디자인한 가구들을 만날 수 있는 미술관이다. 현재 빌라 마이레아는 마이레아 재단이 관리와 운영을 맡은 가족의 박물관이자 핀란드 문화유산이며 굴리센 가문이 여름 별장으로 이용하는 실제 주택이기도 하다.마이레 굴리센의 딸 크리스티안 굴리센은 빌라 마이레아를 이렇게 묘사한다. “ 빌라 마이레아는 인간의 존재의 꼭 필요한 정신을 품고있다 : 자유, 관용, 그리고 관대함.”<Inside the Villa Mairea>, Alvar Aalto Museum and Mairea Foundation, Edited by Kirsi Gullichsen and Ulla Kinnunen, 2009 참조:<Inside the Villa Mairea>, Alvar Aalto Museum and Mairea Foundation, Edited by Kirsi Gullichsen and Ulla Kinnunen, 2009<Villa Mairea>, Richard Weston, Phaidon, 1992본 글은 Seoul Property Insight에 기고되었던 기사입니다. 원문은 링크 참조https://seoulpi.io/article/524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