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품을 매년 반기당 한 번씩 시장에 출시해야 하는 제조산업군은 아마도 패션산업이 유일하지 않을까. 해마다 새로운 SS (봄.여름)와 FW (가을.겨울) 콜렉션 출시를 위해 디자인실과 제조현장은 전투와 같은 업무일상이 벌어진다. 스스로 그토록 빠르게 신상품을 시장에 내어놓으면서 동시에 생존을 위해 재고와의 사투를 벌여야 한다. 셀수도 없이 쏟아져나오는 온.오프라인의 쇼핑몰에서 ‘신상’의 패션 아이템들은 끊임없이 소비를 자극한다.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과시를 위해, 기싸움에서 눌리지 않기 위해, 자기만족을 위해, 때로는 충동적으로 집안의 옷장 크기는 늘리지 않으면서 옷은 계속 산다. 골프, 테니스, 필라테스 등 새로운 취미를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새로운 아웃핏, 즉 옷을 사는 것이다.핀란드를 대표하는 패션.라이프스타일 디자인 브랜드 마리메코 Marimekko 의 2022년 매출은 약 2,400억원으로 한국에서는 중소기업 규모이나 핀란드에서 마리메코가 차지하는 위상이나 브랜드 파워는 대기업군에 속한다. 지난 72년간 마리메코라는 단일 브랜드 하나로 핀란드의 독보적인 소비재 브랜드이자 세계적인 디자인 브랜드로 로 굳건히 성장했다. 단순한 매출규모로 보자면 크지 않지만 마리메코가 보여주고 있는 친환경적인 행보는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있다. 마리메코의 작년 영업이익률은 18.2%로 한국 섬유패션 70개 상장기업들의 평균영업이익률인 7.5%보다 훨씬 높은 성적을 보여주었다. 친환경적인 전략이 기업의 장기적 성장 전략과 함께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Photo : Visit Finland 마리메코는 2019년에 2025년까지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목표를 상당히 공격적으로 수립했다 ;· 마리메코 자체 시설에서 40% 감축· 물류단계에서 50% 감축 (운송되는 제품의 킬로그램당 수치)· 텍스타일 원단에서 20% 감축 (소싱된 원단의 킬로그램당 수치)· 텍스타일 원단이 사용하는 물소비 지표 50% 감축 (소싱된 원단의 킬로그램당 수치)2022년에는 과학적기반 타겟 이니셔티브 (SBTi: the Science Based Targets initiative) 에 가입하여 유엔 파리 기후변화 협약보다 더 높은 감축 목표를 설정했다. 마리메코의 감축목표는 자사 운영시설 뿐 아니라 공급망 전체를 포함한 목표이기에 온실가스 프로토콜 (GHG Protocol) 기준에 맞게 원료 공급사들 역시 이 목표에 부합할 수 있도록 정기적으로 모니터링 하고 있다. 마리메코의 경우 전체 온실가스 배출양의 99%가 공급망 (value chain) 협력사들의 시설, 물류, 판매된 제품의 사용에서 배출되는 상황이므로 공급망에서의 감축이 있어야만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예를들면, 마리메코의 전체 탄소발자국 (carbon footprint) 에서 39.1%는 판매된 제품의 사용이 차지하고 있다. 24.8%는 소싱된 텍스타일 원단, 10%는 물류와 유통에서 발생된다. 따라서 공급망과 소비자들의 협조 없이 한 패션기업의 자체 노력만으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이 불가능하다.2022년 마리메코의 감축 성과는 괄목할만하다. 자체시설과 에너지사용에서 2019년 대비 72% 감축에 성공했는데 이는 헬싱키에 소재한 본사와 프린팅 공장이 신재생 지역난방에너지로 전환함으로서 가능했다. 이로써, 마리메코는 자체시설에서 사용되는 에너지를 100% 신재생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고 있다. 물류단계에서의 온실가스 감축은 2018년 대비40%까지 줄였는데 이는 2025년 목표 50%를 감안했을 조기목표달성을 예고하고 있다. 성과의 원인은 운송 루트의 최적화와 친환경인 운송방법에 있다.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 함께 동참해야 할 중요한 파트너는 소비자인데 세탁과 관리 단계에서 사용되는 물과 전기가 탄소발자국의 상당한 부분을 차기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마리메코는 소비자 행동을 보다 친환경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관리.수선 방법 및 세탁 가이드를 개선했다. 원단 소싱 전략도 변화했다. 2021년부터 보다 친환경적으로 생산되는 원단의 양을 늘려 2022년 콜렉션에 반영되었다. 이러한 노력으로 작년에 2019년 대비 소싱된 원단으로부터 발생되는 온실가스배출을 7% 가량 감축하여 2025년 20% 목표에 한발 다가섰다. 또한, 마리메코는 2013년부터 Better Cotton에 가입하여 제품에 사용하는 면(cotton) 원단 역시 보다 친환경적인 Better Cotton (유기농, 재활용, 또는 추적가능 코튼)으로 전환해왔다. 이 결과, 2022년 기준 마리메코 코튼제품의 81%에는 Better Cotton이 사용되고 있다. Photo : Helsinki Partners 또 다른 신선한 시도는 Marimekko Pre-loved라는 온라인 마리메코 빈티지 또는 세컨핸드 제품 거래 온라인 플랫폼인데 마리메코의 브랜드가치가 워낙 높기 때문에 꽤 높은 금액으로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 패션 뿐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제품군 역시Marimekko Marimade 라는 라인을 새로이 런칭하여 리싸이클, 업싸이클, 바이오기반 소재로 홈콜렉션을 선보이고 있다. 2022년에는 핀란드의 목재섬유 기반 신소재 혁신 스타트업인 스피노바 Spinnova와 협력하여 친환경소재 캡슐 콜렉션을 출시했다. 이 캡슐 콜렉션은 기존의 목재섬유보다 훨씬 더 친환경성을 개선한 SPINNOVA® fiber 22%가 블랜딩된 유기농 코튼소재를 사용한다. SPINNOVA® fiber는 기존의 코튼섬유 생산보다 물사용을 99.9% 절감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이며 생산단계에서 그 어떠한 유해한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는다. 마리메코는 2017년부터 스피노바와 친환경 소재 기술개발과 상용화를 위해 협력해왔으며 2020년 프로토타입에 성공, 2022년에 첫 상용화 콜렉션을 시장을 내놓는 성과를 이루었다. 이 밖에도 마리메코는 보다 친환경적이고 윤리적인 울 wool 소재를 적용하기 시작하여 작년 기준 57%의 울소재를 인증소재로 전환했다.물과 관련해서는 물사용을 줄이는 방식으로 생산된 텍스타일 원단, 화학약품 사용을 줄인 원단을 소싱하고 있다. 헬싱키 소재 마리메코 자체 프린팅 공장에서는 STANDARD 100 by OEKO-TEX® 표준방식으로 프린팅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프린팅에 사용되는 재료들이 인체와 환경에 그 어떠한 유해물질을 포함하지 않고 있음을 의미한다. 더 나아가 마리메코 프린팅 공장에서 사용하는 원단의 29%는 무표백 소재로 전환했다. 또한 핀란드의 친환경 신소재 혁신 스타트업 Origin by Ocean 과 함께 프린팅 단계에서 합성화학약품을 대체할 수 있는 해조류 기반 증점제 (thickner) 개발 및 상용화에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외에도 Rester라는 스타트업과 함께 폐텍스타일을 새로운 텍스타일 섬유나 고급 원자재로 재활용할 수 있는 기술 상용화에 노력하고 있다. 해양 오염을 줄이기 위한 노력으로 마리메코는 어업용 그물과 폐패브랙 fabric waste을 재활용한 소재인 ECONYL 78%와 ELASTANE 소재 22%를 블랜딩한 신소재 수영복 콜렉션을 출시했다. 헬싱키 소재 마리메코 프린팅공장/Photo : Helsinki Partners 단일 브랜드의 매출 2,300억원 짜리 중소기업으로서는 참으로 혁신적인 노력과 놀라운 성과를 보여주고 있는 마리메코를 ESG측면에서 벤치할 부분은 많다. 패션 산업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기여에도 불구하고 환경오염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는 질책을 모면하기는 여전히 어렵다. 특히 제조와 소비 단계에서 많은 양의 물을 사용한다는 점, 화학약품으로 인한 물과 땅의 오염 유발, 미세플라스틱 잔류가 인체와 자연에 끼치는 유해성 등이 주로 지적된다. 예를 들면, 텍스타일의 제조-소비 전체 단계에서 매년 약 79조 리터의 물이 사용될 뿐 아니라, 세계 수질 오염의 20% 가량이 텍스타일 염색과 처리 과정에서 발생한다. 또한 매년 12억톤의 온실가스가 텍스타일 생산으로 인해 발생되는데 이는 해운업과 항공업이 함께 발생시키는 양보다 더 많다.(자료:EMF의 A NEW TEXTILES ECONOMY: REDESIGNING FASHION’S FUTURE 보고서) 지구 온난화의 속도를 늦추기 위한 전세계적인 노력과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패션산업의 적극적 동참 없이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자연과 함께 생존해야만 하는 인간이기에 자연과의 공생을 위해 노력하는 패션브랜드의 활동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Photo : Helsinki Partners 자료참조: 마리메코 지속가능성 보고서본 글은 Seoul Property Iinsight에 기고되었던 기사입니다. 원문은 링크 참조.https://seoulpi.io/article/00192813188764962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