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미호에서 출판된 <디자이너마인드> 의 서언을 옮겨본다.마음의 울림…이 책은 선물이다.자신의 하루를, 삶을 디자인 함에 있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선물.누군가를 위해 제품을, 서비스를, 경영을 디자인을 해야하는 사람들을 위한 선물. 지난 20년동안 핀란드라는 한 나라의 다양한 산업, 문화, 관광 콘텐츠를 활용하여 한국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열정을 다해 가교 역할을 해 온 나 자신에 주는 선물. 그리고 진정성과 고귀한 가치관을 가지고 ‘보다 나은 삶 a better life than today’에 대한 진지한 고민으로 디자인에 임하는 핀란드 디자이너들에게 주는 선물이다. 지난 20년동안 핀란드무역대표부에 근무하면서 다양한 분야의 많은 사람들을 만나왔다. 이들은 한결같이 핀란드의 디자인과 교육, 그리고 기술력을 부러워했다. 디자인 강국이라고는 어렴풋이 알고 있지만 무엇이 핀란드 디자인이고, 누가 대표적인 디자이너이고, 어떤 브랜드가 대표적인 핀란드 디자인 브랜드인지 아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정말 디자인에 진지한 관심을 가지고 있거나 디자인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이나 마리메코, 알바르 알토, 이딸라 정도를 알 뿐 이었다. 일반인들은 이런 이름 조차도 알지 못하였지만, 여전히 그들의 생각 속에는 핀란드는 디자인이 강하다라는 인상을 가지고 있다. 사실 디자인은 형태나 색감이라는 가시적인 것 보다는 눈에 직접적으로 보이지 않는 문화와 교육, 라이프스타일, 그리고 사람의 가치체계와 더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다. 핀란드의 교육을 이해할수록 핀란드의 디자인이 왜 강한지 알 수 있다. 핀란드인들이 어떤 생활.교육 환경 속에서 자라는지 이해하게 되면 핀란드 디자이너들이 추구하는 바를 쉽게 알 수 있다. 즉, 눈에 보이는 제품의 외형 뿐 아니라, 그 뒤에 있는 디자인 생각, 디자이너의 성향, 그들이 소중히 생각하고 담아내려고 하는 그 무엇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핀란드인들이 어떤 역사 속에서 살아왔는지, 어떤 가정 환경과 자연 환경 속에서 자라는지, 학교와 가정에서 무엇을 교육받는지, 그들이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교제하고 소통하는 방식은 무엇인지 등을 알게 되면 자연스럽게 이 나라가 왜 디자이너가 많은지, 이들에게 좋은 디자인이란 무엇인지, 왜 엔지니어가 많은지, 따라서 왜 기술이 발달했는지도 이해할 수 있게된다. 나는 핀란드 디자이너들의 생각과 눈을 통해 유니버설한 ‘사람’, 그리고 현재 한국이라는 환경 속에서 고민하고 상처받고 방황하고 어려움을 당면하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과 기업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핀란드라는 나라와 사람들의 가치체계, 그들이 관계를 맺어가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 그들이 시간과 장소를 보는 눈, 그들이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기울이는 노력,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이 행복을 추구하는 길을 조금 더 주의깊게 듣고 관찰하여 그 가치의 이야기, ‘the story of value’를 나누고 싶다. 책을 쓰고 있다고 하니 출판업에 계신 분들의 첫 질문은 이 책이 어떤 카테고리의 서적이냐였다. 이 책이 디자인 전문 서적이냐, 자기계발 서적이냐, 인문학 서적이냐 등등의 카테고리는 중요치 않다. 읽는 사람이 현재 당면한 자신만의 상황 속에서 이 책 한 부분의 어떤 글로라도 마음의 위로를 얻고, 문제의 해결 실마리를 찾고, 진로 고민에 대한 조언을 얻고, 기업의 방향을 잡는데 도움을 얻는다면 이 책이 서점의 어느 칸에 놓여야 하는지는 사실 크게 중요하지 않다. 오늘 우리는 누구나 어느 위치에서든 너무나 복합적인 콤플렉스한 환경들 속에서 수 없이 많은 사물에 대한 해석을 하고 의사 결정을 하고 그에 따른 행동을 한다. 그리고 누군가는 그러한 해석과 결정과 행동에 의해 직간접적으로 또는 치명적으로 영향을 받게된다. 따라서 우리는 ‘가치체계 value system’에 기반한 ‘시각 perspective’ 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만 한다. 그리고 우리의 고민의 중심에 ‘사람’, 그리고 사람이 공존해야할 ‘자연’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있어야 한다. 이 것이 내가 이 책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의 모티브를 휴머니즘과 자연친화성을 진정성있게 추구하는 핀란드 디자인, 그리고 핀란드 디자이너들에게서 찾아보려 하였다. 핀란드인들은 직관적으로 편리함과 기능성과 실용성을 추구한다. 겉모습의 화려함이 아니라 실질적인 편리함, 편안함, 일상의 문제해결성을 가지고 있어야 이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을 받을 수 있다. 일시적인 시각적 아름다음은 지속적인 애정을 담보할 수 없다. 이들의 이러한 기능성에 대한 일종의 ‘집착’은 깊이 들여다 보면 ‘사람에 대한 배려심’에서 시작된다. 이러한 기능성은 시각적인 화려함보다 중요하기에 기능성을 제한하는 시각적 화려함이나 자극성은 자연스럽게 디자인 과정에서 타협되게 되므로 핀란드 디자인은 ‘간결함’으로 정리된다. 온전히 ‘사람’에 촛점을 맞추게 되면 지나치게 장식적이든 지나치게 미니멀하든 ‘과잉’이 걷어내지게 된다. 이들에게 단순함과 기능성은 보다 우리의 생활을 편안하고 편리하게 만들기 위한 결과물이므로, 핀란드인들은 되도록이면 사회의 많은 사람들을 포함하고 배려하고 그들의 일상을 편리하게 할 수 있는 최대공약수를 추구한다. 이들의 역사를 이해하면 핀란드 디자인의 기능성과 단순함을 이해할 수 있게된다. 항상 이웃 강국의 일부 또는 자치령으로 지내온 핀란드는 물질적 풍요로움이 없었다. 또한 화려함과 사치를 즐기는 특수 귀족, 왕족 계층도 극히 드물었다. 자연환경은 척박했고, 숲과 물 이외에는 자원도 풍족치 않았다. 1917년 러시아로부터 독립한 이후에는 여러 전쟁과 세계대전 속에 휘말려 혹독한 시련을 거쳤다. 2차대전 때는 불행히도 독일과 러시아 사이의 정치적 관계로 인해 패전국이 되는 바람에 러시아에 엄청난 금액의 전쟁배상금까지 치루면서 나라는 극도의 빈곤과 어려움에 처했다. 이들에게는 사치와 화려함이란 역사적으로 찾아볼 수 없다. 핀란드인에게 생활의 문제를 해결하는 기능성이 내포되지 않은 화려한 디자인이란 허영에 불과했다. 자연스럽게 기능과 실용성을 추구하게 되었고 이는 필요에 집중하는 ‘단순함’이란 결과로 이어졌다. 이웃 강대국 스웨덴, 러시아, 이후로는 독일 등과의 복잡한 정치.외교 정세와 전쟁속에서 살아남야 했고 핀란드만의 언어와 자치권과 독립을 유지하면서 경제적 발전을 이루어야 했던 핀란드인은 생존학적으로 자연스럽게 강인한 정신력을 얻게 되었다. 이들은 왠만한 어려움 앞에서는 굴복하지 않는 투지, 쉽게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끈질김을 내성으로 갖게되었다. 이러한 정신적 강인함을 핀란드어로 ‘시수 SISU’라고 한다. 일반인들에게도 국민성으로 있는 이 SISU는 핀란드 디자이너에게는 훨씬 강하게 나타나게 되는데, 이는 디자이너에게 매우 중요한 자산이 된다. 핀란드 디자이너가 항상 소재 material 에서부터 출발하고 다양한 소재가 주는 도전과 한계를 극복해나가면서 특정 소재가 구현해 낼 수 있는 최대한의 기능성과 심미성을 깊이있게 연구하며 제품 디자인을 하는 이면에는 이러한 SISU가 있다. 카이 프랑크 Kaj Frank나 티모 사르파네바 Timo Sarpaneva와 같은 핀란드 국민 브랜드 이딸라 글라스의 초기 디자이너들은 실패에 전혀 굴복하지 않았다. 오히려 실패의 결과물을 더욱더 연구하고 실험함으로써 실패를 보다 완성적인 성공으로 승화시켰다. 이들의 SISU이다. 또한 핀란드인들은 정직을 인간의 도리로 배우며 자란다. 이들의 도덕인 정직함은 자연스럽게 모방을 죄악시한다. 이들의 실용성, 효율성, 창의성, 정직함이 함께 작동하는 핀란드 디자이너에게 남들이 이미 내놓은 것을 재탕하거나 모방하는 것은 부정직할 뿐 아니라 흥미가 떨어지는 일이기까지 한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늘 언제나 남들이 하지 않은 것, 가지 않은 길, 시도하지 않은 방식을 모색하고 택한다. 그래서 쉽지 않지만, 그 도전과 한계와 어려움을 피하지 않는다. 그것이 그들의 정체성인 정직함을 지키는 것이고 그들의 SISU의 발현이다. 그들의 정직성은 서로간의 신뢰를 낳고 신뢰는 협력을 낳는다. 그리고 협력은 엄청난 파워로 인구 5백5십만명의 이 작은 나라를 강하게 만든다. 결국 온세계가 궁금해하는 핀란드의 강함의 근원은 그들의 정직함과 신뢰 그리고 협력과 상생이라는 데 있다. 흥미롭게도 이 키워드는 ‘시간을 초월하는 디자인 Timeless design’, ‘모든 사람을 위한 디자인 Design for All’, ‘윤리적인 디자인 thical Design’, ‘지속가능한 디자인 Sustainable Design’, ‘기능적 디자인 Functional Design’ 이라는 핀란드 디자인의 다섯가지 핵심 가치와 직접적으로 통한다. 핀란드 디자인을 단순한 제품의 결과물이나 외형적 심미성으로만 보아서는 제대로 이해할 수 없고 그 가치를 온전히 알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핀란드 디자인은 내면을 이해해야하고 핀란드인들의 정신을 이해해야하고 그들의 문화와 역사를 이해해야한다. [세계적인 글라스 아티스트 카밀라 모베르그 Camilla Moberg 의 Doremi 2 / Photo by Jenni Moberg] 디자인이란 본디 우리의 물질적, 외형적 허영이나 결핍을 채워주는 것이 아니다. 디자인은 지극히 내면적이고 정신적인 가치체계와 연결된다. 디자인이란 사람을 향한 것이고 사람을 이어주는 것이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채워주는 것이다. 디자인은 일시적으로 유행하는 트렌드가 아니다. 놀랍게도 내가 인터뷰한 48명의 모든 핀란드 디자이너들은 ‘트렌드’라는 단어를 지극히 기피하고자 했다. 그들은 자신의 디자인은 ‘트렌드를 따르지 않는다’ 라고 공공연히 자부심으로 가지고 말한다. 자신의 정신과 가치체계가 담겨있는 디자인이 한 씨즌 또는 한 해밖에 관심을 받지 못하고 버려지는 트렌드라면 그들은 디자인을 할 이유가 없다고 믿는다. Timeless design은 핀란드의 많은 것을 담고있는 가치이다. 핀란드인은 매우 실용적인 사람들이기에 제품이 자연스럽게 기능성을 갖추게 된다. 동시에 핀란드인은 아름다움을 가치있게 여기므로 단순한 기능성만 가지고서는 디자인이라고 할 수 없다. 많은 핀란드인들에게 아름다움이란 그들의 일상과 떼어낼 수 없는 자연을 형상으로 담아내는 것이다. 핀란드의 땅은 매우 평평하고 단조로운 숲과 호수로 대부분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단순하고 평화로운 자연의 선이 핀란드의 간결한 디자인에 자연스럽게 녹아지게 된다. 핀란드 디자인은 어쩌면 다른 노르딕 국가들보다 조금 더 거칠고 조금 더 단순하고 조금 더 미완성스럽다고 할 수 있다. 가공된 화려한 보석이라기 보다는 투박한 원석, 그러나 무엇으로든 재탄생될 수 있는 가능성과 개방성과 스토리를 갖고 있다. 또한 핀란드 디자인은 조금 더 ‘단도직입적 straightforward’ 이라고 할 수 있다. 가공을 덜 거친 원석에 가깝기에 더 담백하고 더 본질적이고 단도직입적이라고 할까. 핀란드 디자인은 내적.외적 아름다움을 모두 갖춘 한 사람에 비유할 수 있을 것 같다. 외모만 아름답게 가꾼 것이 아닌, 소박하고 단아한 외모에 담백한 내적 아름다움을 갖춘 사람. 그러기에 사람들의 일상 속에 가장 편안하게, 가장 편리하게, 가장 따뜻하게 곁에 오래 머물 수 있지 않을까? 최근 많은 핀란드 디자이너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우려는 디자인 제품의 제조가 핀란드를 떠나 노동력이 저렴한 나라들로 빠져나가는 점이다. 이러한 제조의 공동화 현상은 세 가지 점에서 핀란드 디자이너 커뮤니티에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첫째는 재료와 제조가 분리됨으로서 물류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이다. 재료와 디자인, 프로토타이핑과 제조, 그리고 물류가 서로 먼 곳에 위치함으로써 불필요한 운송으로 인한 배기가스 배출이 증대되는 것은 자연에 대한 특별한 애착이 있는 핀란드인들에게는 심리적 부담으로 다가온다. 둘째는 제조가 떠나면서 디자인 제품의 제조에 필요한 기능인이 점차 사라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핀란드의 피스카스 Fiskars 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브랜드 이딸라의 글라스아트 라인이자 대표적 디자인 제품인 오이바 토이카 Oiva Toikka의 새Birds 작품들은 글라스 블로우어 glass blower 들의 기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딸라가 일부 제조공장을 해외로 옮기면서 이러한 기능인들이 일자리를 잃어가고 일자리가 없으면 젊은 기능인들이 훈련되어 기술이 전수될 수 없기때문이다. 이는 세라믹과 나무 소재를 이용한 디자인 제품의 제조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큰 브랜드들이 제조원가 압박으로 제조시설을 해외로 옮기거나 제조를 해외로 외주를 주면서 핀란드내 제조 Made in Finland 가 감소하고 있는 추세에 글라스 블로우어, 목공, 세라미스트 등 기능인과 장인들의 노하우가 다음 세대로 전수되지 못하고 사장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세째는 이러한 추세가 지속되면 핀란드내의 디자인 제품 제조가 점점더 고비용화 되면서 디자인 산업 자체가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잃을 것이라는 염려이다. 특별히 수공예 작업 craftsmenship의 가치를 높이 인정하고 있는 핀란드의 디자인은 사람의 손을 거쳐 핸드메이드로 만들어지는 과정이 반드시 있는데 그러한 수공예 작업을 할 수 있는 기능인이 줄어든다면 이들의 비용이 더욱 높아지게 되어 제품의 합리적 가격 경쟁력과 공급능력을 악화시키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핀란드 몇몇 중견 디자이너 및 예술가들은 이러한 우려를 피력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해결책을 찾기 위해 이미 다양한 노력을 만들어가고 있다. 말보다 행동을 중시하는 실용적인 핀란드인들의 강점은 파악된 문제점에 대해 남들을 비난만 하면서 문제를 깔고앉아 있지 않는다는 것이다. 헬싱키 출신 카린 비드나스 Karin Widnas 와 같은 세라믹 아티스트는 핀란드내 예술인 마을인 피스카스 빌리지 Fiskars Village에 이주하여 그 곳에서 세라미스트들이 교육을 받고 실제 작품을 제작하고 전시 할 수 있도록 세라믹 뮤지엄과 작업공간을 자신의 사비를 투자하여 9년째 만들고 있다. 또한 이러한 일을 위해 카린은 투오모 시이토넨 Tuomo Siitonen이라는 유명 건축디자이너, 카리 비르타넨 Kari Virtanen이라는 최고의 목공 장인과 함께 세라믹을 목조건축과 실내 디자인에 접목하는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 자신의 집을 스튜디오 형식으로 건축디자인하기도 했다. 다른 글라스 디자이너와 예술가들 역시 핀란드내 소중한 기능인인 글라스블로우어들에게 계속 일거리를 마련해주고 그들의 도움으로 작품을 제작하기 위해 함께 노력을 만들어가고 있다. 핀란드 건축과 디자인에 있어, 또는 핀란드인의 라이프스타일에 있어 매우 중요한 한 가지를 강조하고 싶다. 바로 ‘고요함 tranquility’이다. 오늘날 우리는 고요, 정적, 침묵, 한적함, 덜어냄과 같은 중요한 요소를 잃고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더 많은 북적거림과 장식과 소리를 찾아 이리저리 겉돌고 있다. 고독과 외로움은 피해야할 것이고 멋지지 못한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경향이 있다. 혹은 외로움과 고독을 찾는다고 하지만 여전히 군중 속에서 혼자임을 선택한다. 미술관이나 갤러리 또는 극장과 카페 등 혼자이지만 여전히 완전히 고독하거나 고요함이 있는 곳이 아닌 화이트노이즈가 있는 곳을 찾는다. 고요의 상실은 인간성의 상실을 가져온다. 주변의 노이즈에 중독적으로 귀를 귀울이는 사람들은 악성댓글을 달고 악성댓글을 읽고 퍼나르고 보도한다. 불필요한 말들을 끊임 없이 쏟아낸다. 사람들이 몰리는 곳으로 차를 가지고 매연을 뿜으며 달려간다. 남들이 가진 것을 나도 가지려 끊임없이 구매하고 쓰레기를 만들어낸다. 휴대폰에 뜨는 각종 실시간 그룹 소식 창들은 우리의 눈과 귀와 손과 마음을 지속적으로 동요시킨다. 핀란드인들은 아무도 없이 정말 나 혼자이고 자연의 소리 이외에는 들리지 않는 고요함과 적막함 속으로 들어가고자 한다. 숲을 혼자 걷거나 바다나 호수를 혼자 바라보거나 온통 흰눈으로 뒤덮인 세상을 그저 가만히 응시한다. 자연과 자기 자신만이 있는 1:1의 상황 속으로 자신을 노출시킨다. 비워야 채워지는 것을 그들은 깨닫는 듯 하다. 핀란드의 유명 디자이너 Yrjo Sotamaa 는 “The absence of decoration is not proverty of imagination” 이라고 핀란드 디자인이 갖는 단순함의 미를 설명한다. “장식의 부재는 상상력의 빈곤 때문이 아니다”, 즉 고요함을 대면할 수 있는 사람들, 그 중요성을 아는 사람들의 눈과 표현은 장식의 허세를 피할 줄 한다. 극도의 단순함이 갖는 아름다움은 핀란드인의 고요와 침묵의 힘을 담고있다. 일본인들의 핀란드에 대한 각별한 애정은 이미 수십년이 되었다. 최근에는 중국에서도 스칸디나비아 디자인과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급증하여 핀란드 디자이너들과의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가 다양하게 생기고 있다. 일본과 중국은 핀란드 디자이너들만 초청을 하는 디자인 공모전을 열기도 하여 주택, 건물, 공공시설의 심미적 아름다움 뿐 아니라 기능성과 안정성에서 핀란드 디자인의 우수성을 적용하고자 하고 있다. 중국 가구 제조업체들은 .변화하고 있는 중국 소비자들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이미 핀란드 디자이너들로부터 오리지널 노르딕 디자인 서비스를 받아 제품을 제조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해외 전시회를 둘러보며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을 모방하여 이들 국가로 수출을 할 생각이라면 이미 우리는 경쟁력을 상실한 구 시대적인 발상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단순히 카달로그처럼 핀란드 디자인 브랜드, 디자이너, 디자인 제품을 소개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나는 48인의 다양한 분야에서의 핀란드 디자이너들을 통해 핀란드의 핵심 가치를 공유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러한 핵심가치가 핀란드 디자이너들의 정신에 어떻게 투영되고 그 정신이 어떻게 제품에 담겨있는지 소개함으로써 오늘날 한국인이 놓치고 있는 것들을 재조명하고 싶다. 우리는 모두 각자 자기 인생의 디자이너이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하루 하루를 우리가 처한 제약 내에서 여러가지 한계를 극복하며 최선을 다해 최대한의 가치를 창출해내어야 한다는 점에서 디자이너와 분명한 공통분모가 있다. 그래서 나는 핀란드 디자이너들의 목소리를 통해 우리의 삶을 디자인해야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격려가 되고 조언이 될 수 있는 메세지를 나누고 싶다. 디자이너와의 인터뷰라는 방식을 택한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디자이너는 자신만을 위해 작업하지 않는다. 아티스트가 자신의 이야기를 외부로 표현하기 위해 작업한다면, 디자이너는 누군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한다. 둘째, 디자이너는 혼자 일하지 않는다. 최종 소비자가 있고 클라이언트가 있고 함께 작업을 해야하는 파트너들이 있기 때문이다. 셋째, 디자이너는 언제나 주어진 제약 속에서 최선의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중요도의 우선순위에 따라 타협을 할 때도 있고 핵심적인 기능과 목적을 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해결책을 찾아야 하기도 한다. 이러한 디자이너라는 직업은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의 삶의 조건과 매우 흡사하다. 그래서 디자이너들의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 [Camilla Moberg, Hidden 2022 / photo by Timo Junttila] 이 책은 48명의 순수한 핀란드 디자이너들과 함께 나래이션을 만들어간다. 말을 많이 하지 않는 핀란드인들, 손으로 작업하고 행동으로 작품을 만드는 핀란드 디자이너들은 더더구나 반드시 필요한 말 이외에는 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언어가 아니라 결과물로 말하는 사람들이라 카메라 앞에서 자신의 생각을 즉흥적으로, 그것도 외국어로 말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 책에 동참해준 핀란드 디자이너들은 전설적인 원로 디자이너, 지금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중견 디자이너, 또한 업계에서 뜨겁게 주목을 받고 러브콜을 많이 받는 신진 디자이너들이다. 외국인이 책을 쓰기 위해 이들을 만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여러가지 국내외 전시와 해외 프로젝트 및 제품화 일정, 그리고 대학에서의 강의 등으로 바쁜 이들이 나의 인터뷰 요청에 흔쾌히 응해주고 어색한 카메라 앞에서도 최선을 다해 그들의 생각을 신중하게 말로 전달하려고 애쓰는 모습에 나는 인터뷰 중간중간 가슴이 울컥하기도 했다. 나의 핀란드 디자인과 핀란드에 대한 열정과 애정에 감동받은 그들의 눈빛, 그리고 최대한 나와 포토그래퍼를 배려하고 돕고자 하는 그들의 따스한 인간미가 있었기에 이 책을 쓸 수 있었다. 진실된 마음은 또 다른 마음을 움직인다는 진리…그리고 이러한 마음들이 모이면 많은 사람들이 함께 공감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새로운 가치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던 행복한 작업이었다.